[인터뷰]쌍용건설 김석준 회장 “건설명가 자존심 되찾겠다”

입력 2006-11-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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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고급건축 1위 자존심을 되찾겠습니다"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53 사진)이 2년 만에 공식 석상에 꺼낸 말이다.

8일 싱가포르 현지 센토사코브 내 오션프론트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석준 회장은 그간 쌍용건설이 겪었던 아픔을 한꺼번에 씻을 준비를 갖췄다며 말을 꺼냈다.

올해로 53세를 맞은 김석준 회장은 연초 대표이사직을 현 김병호 사장에게 물려준 후 회장이란 직함만 가진 채 '백의종군'하고 있는 처지. 지난해 워크아웃 이후 분식회계와 공금횡령 등으로 1심에서 법정구속 없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것이 부담이 돼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쌍용그룹의 모체였던 쌍용건설을 맡았던 만큼 김 회장이 쌍용건설과 특히 해외건축 분야에 갖고 있는 애착은 남다르다.

김 회장은 업계의 '동남아 통'으로 꼽힌다. 동남아 특히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골고루 퍼진 인맥을 활용해 현재의 '해외 고급건축 명가' 쌍용건설을 견인해낸 인물이다.

김회장은 쌍용건설의 숨결이 고루 퍼져있는 싱가폴을 방문할 때면 사전 약속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언제든 공항에 내려 전화 한 통이면 달려나올 '친구'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싱가폴 최대 기업인 홍릉그룹 오너 집안과는 아예 '브라더(Brother)'로 호칭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 '친구'들이 오늘날 김 회장과 쌍용건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김 회장은 "건설사는 수주 등의 결단을 내리기 위해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25년 간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나름대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다"고 소탈하게 말했다.

실권없는 회장으로 물러나 앉았지만 김 회장 없인 쌍용건설도 없다. 김 회장은 백의종군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싱가포르 ‘오션프론트’, 인도네시아 ‘플라자 인도네시아 확장공사’, 말레이시아 ‘KL-프로젝트’ 등 올 한해 동안 쌍용건설이 쌓아올린 수주를 창출해낸 구심점 역할을 했다.

김 회장은 쌍용건설의 '용틀임'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80년대를 잠시 회상하며 감격에 젖기도 했다.

"쌍용건설은 창사 이래 전 세계 17개국에서 120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총규모가 53억6000만달러입니다. 또 건축 실적에서도 자랑할 만한 업적이 많습니다. 도심부에 위치한 스템포드 스위소텔은 73층으로 건설 당시인 80년대 후반 기네스북에 오르는 등 모두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싱가폴은 쌍용건설의 '독무대'다. 사회 전반에 걸쳐 일본기업의 강세가 두드러진 싱가폴에서 쌍용건설은 스템포드 스위소텔 외에도 썬텍시티, 라플즈호텔, 뉴KK여성병원, 콘라즈 경마장 등 국내로 따지면 63빌딩 수준의 굵직굵직한 대형 건축사업을 잇따라 수주하고 성공적으로 건설한 바 있다.

향후 해외건축사업에 대한 김회장의 각오도 다부지다.

"80년대 후반 쌍용건설의 해외 공사실적은 전체 매출액의 70%에 이르렀던 적이 있어요. 지금은 10%도 안되는 처지지만 내년엔 다시 10%를 올리는 것을 비롯해 본격적인 해외 수주 전에 뛰어들 겁니다"

실제로 대표이사라는 '짐'을 덜어버린 김 회장은 최근에도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을 수시로 오가며 폭넓은 네트워크와 인맥을 바탕으로 해외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회장은 “내년 하반기 분양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고급 빌라는 해외에서의 첫 개발사업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쌍용건설의 명성을 이어갈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에 대한 질문에 "임직원의 단결된 마음"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실제로 급여지급이 중단되는 등 최악의 사태를 맞았던 99년의 상황에서도 쌍용건설과 김 회장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올 초 김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놓을 때 노조가 가장 우선해 반대했던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하지만 이런 김 회장도 속 사정은 편치 만은 않다. 빠르면 올 연말 쌍용건설이 매각절차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쌍용건설은 매각추진단이 50%의 지분을 갖고 있고, 임직원으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이 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에 대해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은 매각절차에서 규정돼있는 채권단 지분 25%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경영권을 방어한다는 입장이지만 대우건설의 경우처럼 지분가격이 급등하게 되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김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의 앞날과 임직원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모두 힘들 때 회사 사정에 대해 항상 진심으로 있는 그대로 얘기하고 동의를 구했던 것이 통했어요. 이러한 믿음이 워크아웃을 딛고 쌍용건설이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 직원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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