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映樂한 이야기] 허진호와 조성우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와 OST

입력 2015-01-0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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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 허진호 감독과 조성우 음악감독

영화 '봄날은 간다'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 이어 허진호 감독과 조성우 음악감독이 만들어낸 두 번째 작품이다. 첫 작품 이후 3년이라는 성숙기를 가진 뒤여서인지 '봄날은 간다'는 전반적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보다 완숙미가 돋보인다. 특히 허진호 감독의 연출에는 시종일관 여유가 묻어난다. 풀샷 위주의 시원한 구성과 더불어 깊어진 씬의 여백은 감탄을 자아낸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맑은 수채화 같았다면 '봄날은 간다'는 리얼리즘이 좀 더 부여된 유화 같다. 무겁게 아름답다.

조성우 감독의 음악 역시 '봄날은 간다'에서 농익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음악이 매끄럽지 않은 연결로 아쉬움을 안겨줬다면 '봄날은 간다' 음악은 흠잡을 곳 없이 깔끔한 편이다. 다소 과하다 싶던 음악의 개입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치고 빠져야 할 타이밍도 튀는 부분 없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조성우 음악감독은 전에 한번 소개했듯 영화 '약속',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장화홍련', '만추' 등에 참여했던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감독이다. 그의 음악은 딱 들어도 조성우의 음악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독특하다. 특히 '봄날은 간다' OST를 들어보면 한국 특유의 뽕삘(?)을 살리는 데에 그만한 음악감독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독보적이다. 트로트 가수 김수희의 노래 '봄날은 간다' 그러니까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을 아코디언과 트럼펫으로 풀어내는 솜씨란. 그렇게 구슬프면서 동시에 멋들어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진=영화 스틸컷)

◆ '봄날은 간다' OST

조성우 음악감독의 특징은 단순한 메인 멜로디를 중심에 두고 피아노와 현, 기타 등 다양한 악기로 연주되는 변주곡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나온 변주곡은 기가 막힌 편곡과 구성, 삽입을 통해 각각 색다른 느낌으로 재탄생된다. '봄날은 간다'에서 메인 멜로디로 사용되는 'One Fine Spring Day' 역시 피아노 선율과 일렉트로닉 바이올린, 아코디언 등으로 다양하게 연주돼 영화의 아름다운 풍광을 살리는 데 일조한다.

'봄날은 간다' OST의 타이틀곡이자 엔딩곡은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부른 '봄날은 간다'다. 영화 개봉 후 가장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던 이 곡은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마츠토야 유미(まつとうやゆみ)의 1975년 원곡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あの日にかえりたい)'를 토대로 한다. 본래 원곡은 가벼운 미디움 템포의 음악이었는데 김윤아가 영화 분위기를 고려해 직접 한국 가사를 붙였다. 쓸쓸하고 아련한 가사와 일본 특유의 고풍스러운 멜로디 라인이 합쳐지며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이 완성됐다.

가장 좋아하는 곡은 영화 속 남주인공 상우 역의 유지태가 직접 부른 '그해 봄에'라는 곡이다. 개인적으로 남자배우들이 부른 노래를 좋아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석규가 부른 '8월의 크리스마스'나 드라마 '봄날'의 지진희가 부른 '그 아픔도 그 슬픔까지도' 같은 곡들은 뭔가 모를 묵직함이 있다. 유지태의 '그해 봄에'도 그렇다. 낮은 목소리로 정직하게 부르는 노래는 또박또박 말하는 대사처럼 왠지 모르게 고즈넉하다.

눈을 감고 유지태의 '그해 봄에'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봄날은 간다' 마지막 장면이 시네마스코프처럼 펼쳐진다. 황금빛 갈대밭에서 녹음기를 들고 헤드폰을 낀 상우가 홀로 덤덤하게 말을 하는 듯 하다. "언제였나. 그대와 이 길을 걸었던 날. 꽃처럼 웃었던가. 사랑한 아스라한 기억들. 언제였나. 그리워 헤매던 나날들. 분명 난 울었던가. 세월에 사라져 간 얘기들…얼마나 멀리 간 걸까. 그해 봄에."

(사진=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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