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권사들의 베트남행 비행기 탑승이 잦아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예상, 3000여개에 육박하는 국영기업의 민영화 전망 등으로 베트남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면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교두보 확보전이 치열히 전개되고 있는 것.
다만 아직 국내증권사들의 베트남 사업은 실제 수익을 거둬들이기 보다는 '네트워크 확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베트남 증시에 상장된 주식들의 규모가 크지 않고, 덩치가 큰 국영기업의 경우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돈이 있어도 마땅히 굴릴 곳이 없는 셈.
그러나 내년에는 규모가 큰 국영기업들이 대거 민영화될 것으로 보여 국내증권사들도 이를 두고 진검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국내증권사들 중 베트남사업에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으로는 한국투자증권이 꼽힌다. 국내 최초로 베트남 투자 펀드를 조성해 실제로 돈을 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증권의 자회사 한국운용은 지난 3월 240억원 규모의 베트남투자 사모펀드 '한국 사모 월드와이드 베트남 혼합투자신탁 1호'를 모집한데 이어, 8월말까지 공모펀드인 '월드와이드베트남펀드'로 74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총 1000억원에 달한다.
한국운용은 이 중 약 20%를 베트남 증시 상장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데 사용하고, 현재 나머지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증권은 또 최근 설립된 베트남투자청과 전략적 투자파트너 협정을 체결, 향후 관련 사업에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베트남투자청은 앞으로 국영기업의 구조조정과 정부 지분 매각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전초기지격인 '현지법인' 설립은 브릿지증권의 지주사인 골든브릿지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골든브릿지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에 설립한 사무소를 이달 법인으로 승격시키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주말에는 전 직원이 베트남 현지에서 본사 임직원 150여명이 현지 연수를 떠나는 등 파격적인 행사도 기획했다.
미래에셋그룹의 맵스자산운용은 지난 8월 하노이에 사무소를 열었고, 한국운용은 이달 호찌민에 사무소를 오픈했다. 현대증권도 베트남 진출을 검토 중이다.
한편, 국내증권사의 베트남 대전(大戰)은 내년 알짜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기점으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2700~2800여개의 베트남 국영기업들의 민영화가 남아있다"며 "이 중 내년에 괜찮은 기업들이 시장에 많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 증권사들도 이를 놓고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