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반란 (14)]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 “지적 성장 돕는 ‘연결고리’ 역할 하고파”

입력 2018-04-09 10:16 수정 2018-04-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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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계·문학 등 분야 세분화 독서 토론…전문가 클럽장 영입해 ‘멘토링’ 효과도…지식 선도하는 글로벌 콘퍼런스 기업 목표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는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트레바리를 통해 조금 더 지적으로 성장하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트레바리)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는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트레바리를 통해 조금 더 지적으로 성장하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트레바리)

#집과 직장을 쳇바퀴처럼 오가는 보통 직장인의 틀에 박힌 일상에 작은 변화를 불러일으킨 스타트업이 있다. 직장인들은 이제 한 달에 한 번, 퇴근 후 ‘트레바리’에서 만난다. IT회사의 30대 엔지니어, 40대 세무사, 대학원생, 한의사…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권의 책을 놓고 4시간 동안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술 한잔 기울이는 사이가 돼 있다.

4개월에 19만~29만 원을 내고 가입하는 이 멤버십 독서클럽은 문을 연 지 2년 반 만에 150개 클럽, 한 시즌당 2100여 명의 회원을 가진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흔한 벤처투자 한 번 받지 않고 창업 첫해부터 영업이익을 내며 몸집을 불려온 트레바리의 올해 매출은 2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난 윤수영(30) 트레바리 대표는 “결과로 얘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앞으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말로 들렸다.

트레바리는 ‘이유 없이 남의 말에 반대하기를 좋아하거나 그런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트레바리의 독서클럽은 경제, 경영, 통계, 문학, 음악 등 다양한 주제와 장르로 구분된다. 이달까지 진행되는 다음 분기 멤버십 모집에 이미 몇몇 클럽은 시작하자마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처음부터 사람들이 유료 독서모임에 지갑을 열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 윤 대표는 2014년 입사한 다음커뮤니케이션(카카오)을 이듬해 초 퇴사했다. 그는 “처음에 트레바리 모델을 기획하면서 테스트베드로 10명의 지인을 모아 독서모임을 열고, 다음 달엔 모임을 두 개로 늘렸다”면서 “이들이 이런 커뮤니티에 돈을 낼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면서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트레바리의 주제별 클럽을 이끄는 클럽장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각 분야 전문가다. 예컨대 주택과 건설 분야 책을 읽는 ‘집집’클럽을 이끄는 클럽장은 유명 애널리스트, 통계 관련 책을 읽는 ‘넘버스’클럽을 이끄는 클럽장은 서울대학교 통계학과 의학과 교수다.

트레바리 창업 초 윤 대표는 연고가 없던 영역에서 이들 전문가를 ‘끌어들이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았다. “함께 클럽을 진행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면 전화로 계속 설득했어요. 어떤 회사 대표의 경우는 회사에 찾아가서 승낙을 해주실 때까지 옆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결국 ‘알았어. 할 테니까 좀 꺼져’라고 말씀해 주셨죠.” 윤 대표는 “제가 보기보다 끈질기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렇게 영입한 전문가 그룹은 트레바리의 자산을 넘어 윤 대표의 자산이 됐다. 그는 처음 도전한 창업이 첫발을 잘 뗄 수 있었던 비결로 ‘멘토링’을 들었다. “사업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80%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업자의 직관이나 고집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일부죠.” 결국 많은 것들이 ‘한 끗 차’로 결정된다면 진짜 중요한 결정에 집중하기 위해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는 곳에선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윤 대표는 “앞서 비슷한 길을 걸어가 본 선배들의 멘토링이 소중한 이유”라고 밝혔다.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는 그가 가장 자주 조언을 구하는 멘토다.

앞으로 트레바리가 나아갈 방향을 묻자 윤 대표는 “미래에 대해 섣불리 얘기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면서도 “올 초까진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젠 모은 자재로 탄탄하게 집을 지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까진 서울에서 압구정과 안국에 이어 세 번째 아지트를 내고, 그 후엔 다른 도시로도 진출하고 싶다”면서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트레바리를 통해 조금 더 지적으로 성장하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선 트레바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축제처럼 트렌드와 지식을 선도하는 글로벌 콘퍼런스나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기업으로 확장하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지금은 150여 개에 달하는 트레바리 클럽이 처음에 단 하나의 모임에서 출발했듯, 이달 말 열리는 첫 번째 대형 오프라인 콘퍼런스를 테스트베드 삼아 이런 사업 방향을 시험해볼 생각이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못할 수도 있고 안 할도 있겠죠. 프로는 기획이 아니라 결과로 얘기하는 사람이니까요, 앞으로 좋은 결과로 더 많은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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