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위안부 합의는 어디로 가는가

입력 2017-01-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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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전공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아 한국 외교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일 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민단체가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세운 소녀상에 일본 정부가 크게 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부산시 동구는 시민단체가 가설치한 소녀상을 강제로 철거했다. 이에 여론이 격렬하게 반발하자 이틀 후인 30일 방침을 바꿔 “시민단체가 설치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라고 소녀상 설치를 사실상 인정했다. 그 후 12월 31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새로 세워진 소녀상 제막식이 거행되었고 소녀상은 정식으로 설치되었다. 이에 일본 정부가 강력히 항의한 것이다.

여러 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주 부산 일본총영사를 일시 귀국 조치했고, 그들은 1월 9일 일본으로 귀국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한일 통화스와프 협의 중단과 경제 고위급 협의 등의 연기를 결정했다. 이런 일본 측의 강경 조치는 2012년 8월 10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그 직후의 강연에서 독립 운동가들을 탄압한 책임을 인정하여 일왕이 사죄해야 한다고 발언한 후 일본 정부가 취한 강경 조치 이래 4년 4개월 만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NHK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은 합의한 대로 10억 엔을 한국에 줬다. 이번엔 한국이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발언해 일본 측 자세를 정당화했다.

일본의 대표적 친한파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도 “한국은 불편한 나라”라고 비판해 한국 정부가 일본 내 친한파의 지원도 상실한 상황이 부각되기도 했다.

1월 10일 일본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은 한일 스와프 협의 중단 결정에 대해 “돈 문제가 아니다. 신뢰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한일 합의라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한일 스와프라는 또 다른 한일 합의도 한국 측이 지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해 위안부 합의와 다른 한일 합의를 연결해 말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와 기타 한일 합의를 연결하는 발상을 보면 일본 측의 한국 길들이기가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일본은 현재 한국의 반응을 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실 일본도 그 후의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위안부 합의를 직접 이끌어낸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소녀상 설치는 유감이지만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발언해 한국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일본 측 일부 인사들이 주도하는 ‘한국 길들이기’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탄핵 정국이라고 해도 이럴 때 외교적 공백이 생기면 한국에 큰 마이너스가 된다. 그러므로 한국은 소녀상 문제와 다른 한일 현안들을 분리하는 방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정리해 보면 한국 내 소녀상 설치 움직임에 대해 일본 정부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불가역적인 조치’로 2015년 12월 28일에 양국 합의를 통해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고, ‘전 위안부 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을 위해’ 10억 엔을 한국 측에 기탁하는 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수용했다. 그리고 한국 측은 한국 내에 ‘화해·치유재단’을 출범시켰고 30명 이상의 전 위안부 분들이 이미 위로금을 받았다는 사실 등으로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는 것은 한일 합의 위반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2015년 말 이뤄진 양국 합의에 소녀상 철거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강경 대응에 나선 일본 정부의 모습이 유감스럽다는 내용의 성명을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냈다.

▲부산 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대한 일본 정부의 항의로 9일 일시귀국 조치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연합뉴스
▲부산 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대한 일본 정부의 항의로 9일 일시귀국 조치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연합뉴스

일본은 계속 이대로 가면 한일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공약한 한국의 야당 대통령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할 경우 한일 합의가 실제로 파기될 수 있다고 보고, 이번과 같은 강경 조치를 취하여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소녀상 설립에 대한 일본 내 우파들의 반발도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로서도 무엇인가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에서 취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는 결국 2015년 12월 28일 발표된 합의 문구의 해석 논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위안부 합의에는 정식 서명한 문서가 없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외무장관 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

즉 한국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이 외국 공관의 위엄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정한 ‘비엔나조약’ 위반이라는 일본 측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의 성명 발표문을 보면 먼저 법적으로 ‘적절히 해결하도록 노력한다’라는 표현은 ‘반드시 소녀상을 철거하겠다’라는 약속이 아니다. 문구 그대로 ‘노력할 것’을 약속한 내용이다. 혹시 ‘적절히 해결한다’라고 되어 있었으면 소녀상을 반드시 다른 장소에 이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적절히 해결하도록 노력한다’라는 표현은 ‘철거’나 ‘이전’이라는 결과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일본은 이 표현에 대해, 한국이 소녀상을 ‘철거’하거나 ‘이전’까지 해준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처음부터 ‘노력을 하되 결과가 일본 측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입장이 내포되어 있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결과적으로 일본이 자신들만의 주장을 강하게 우기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즉 이 문언에 대한 한일 양쪽의 해석이 처음부터 서로 일치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합의한 내용이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결국 이 문언으로 성명 발표가 나온 경위가 밝혀져야 일본과 한국이 소녀상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의 합의를 했는가를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한일 간 외교사에서는 양쪽의 입장이 다 포함되는 애매모호한 ‘중간적 표현’을 쓴 사례가 많다. 사실 위안부 합의에서도 일본이 ‘책임을 통감한다’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법적 책임이 있다(한국 측의 요구 표현)’와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일본 측의 제시 표현)’의 중간을 택해 서로 자신들의 사정에 맞게 해석할 수 있게 만든 말이다.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민감한 외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자주 쓰이는 외교 방법이고, 소녀상 문제에도 이런 해결 방법이 적용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양국 국민들의 수준이 높아져서 이제 그런 애매모호한 표현에 국민들이 속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일 양국 정부가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단 ‘노력한다’고 한 한국이 소녀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실제로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고, 그런 일본의 판단이 그들의 불만 원인 중 하나라는 데 있다.

한국 정부는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그리고 국민 여론 등이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니, 그 목소리에 밀려 소녀상 문제에 대해 노력한 흔적이 없다.

한국 정부가 한 것은 ‘화해·치유재단’을 출범시키고 합의를 수용한 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것밖에 없어 보인다. 즉 한국 정부나 ‘화해·치유재단’ 측은 한일 합의를 수용한 할머니들만 챙긴 셈이다. 그러므로 일본 측 불만은 한국 정부가 ‘노력한다’고 해놓고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가해자가 피해자를 혼내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을 한국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가해자로, 사죄와 반성을 하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성의껏 보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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