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장르’로 진화하는 K콘텐츠 필요조건

입력 2026-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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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대 컬처테크융합대학장/한국영화학회장

생산주체, 한국 넘어 글로벌로 확장
국적 떠나 산업모델로 자리잡는 중
윤리 등 투명성 갖춰야 지속가능해

올해 K콘텐츠 앞에는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K’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관한 문제가 그것이다. K콘텐츠의 ‘K’는 한국이라는 국적을 뜻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특정한 장르를 뜻하는가. 사실 이 질문은 지난해 이미 우리에게 당도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큰 충격을 몰고 왔다.

K콘텐츠는 지난해에도 선전했다. 문체부의 ‘해외 한류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1위는 8년 연속 K팝이다. 한류와 K콘텐츠에 대한 호감도도 70%를 넘는다. 이쯤 되면 성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케데헌’은 K콘텐츠의 패러다임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전문가들은 K콘텐츠의 패러다임이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메이드 위드 코리아’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K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더 이상 한국이 아니라는 뜻이다. ‘위드(with)’가 커질수록 당연히 ‘인(in)’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케데헌’은 한국의 신화와 샤머니즘 등 전통 문화원형과 동시대 일상의 문화자원을 치밀하게 활용한 콘텐츠다. 그러나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케데헌’은 넷플릭스와 소니픽처스 등 미국 제작사가 만들었다. 기획과 제작의 중심이 한국 바깥에 있고, 제작진은 대부분 한국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케데헌’은 착시 현상을 불러왔다. 적잖은 이들이 ‘케데헌’을 자연스럽게 K콘텐츠의 둘레 안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이 착시는 결과적으로 K콘텐츠의 개념에 관한 질문을 데려왔다.

한국에서 만들지 않고, 제작진이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K콘텐츠라고 부를 수 있는가? 만일 이 질문에 부정으로 대답한다면 K콘텐츠는 우리가 만들어서 수출하는 완성품이거나 일부 합작품만을 포함하게 된다. 한국은 K콘텐츠의 원산지가 된다. 반대로 해외에서 생산된 경우라도 K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보면, 그것은 일종의 장르가 된다. 장르가 된다는 말은 곧 포맷이 된다는 말이다. 포맷은 복제되고, 복제는 원산지를 대체할 것이다.

하이브와 미국의 게펜레코드가 합작한 걸그룹 캣츠아이는 이미 이런 사례가 되었다. 한국, 필리핀, 쿠바, 인도,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온 멤버로 구성된 이 그룹은 데뷔 1년 만에 세계적인 팬덤을 만들었다. 대표곡 ‘뷰티풀 카오스(Beautiful Chaos)’는 빌보드200 차트 4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JYP는 비차(VCH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걸그룹을 걸셋(Girlset)으로 다시 브랜딩하는 과정을 선보였다. 걸셋도 역시 미국과 캐나다의 다국적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역시 K팝의 훈련 모델을 해외로 전파하려는 기획을 통해 현지화한 사례 중 하나다.

K콘텐츠는 이제 세계 각지의 필요에 따른 생산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미국 음악산업의 거물인 가지 샤미는 지난해 한국 음악산업 행사에 참석해서 K팝 시스템을 ‘북극성’에 비유했다. 작곡, 엔지니어링, 마케팅, 투어, 판매에 이르는 과정이 산업 모델이 되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K’가 장르와 포맷이 되어 복제되는 시스템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K콘텐츠를 한국이라는 국적에 주목하면 문화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게 된다.

장르라는 특성에 주목하면 산업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게 된다. 시스템의 시대에서 K콘텐츠는 산업이 된다. 그러나 여전히 긴장은 계속될 것이다.

해외에서 보기에 한국을 상징하는 첫째 이미지가 여전히 K팝이라는 사실은, 세계가 아직 ‘한국다움’을 소비하는 데 매력을 느낀다는 뜻이다. ‘K’를 완전히 포맷으로만 간주하면 문턱이 낮아지겠지만, 동시에 차별성도 사라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K판이 미국의 팝 뮤직과 더불어 전면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된다. K팝에 아직 그럴 만한 경쟁력은 없다. 당분간 시스템 수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시스템은 곧 특정한 규범을 말한다. 계약에서부터 기획, 제작, 훈련, 판매 등으로 이어지는 규범에서 투명성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글로벌 시장은 마지막에 드러난 성과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과정의 투명성이 무너지면 K콘텐츠 전체는 바람직한 모델로 설정되고 자리잡기 어렵다. 그러므로 K콘텐츠는 시스템의 윤리와 노동의 기준을 잘 마련할 필요가 있다. K콘텐츠는 그래야만 세계적으로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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