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하림이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14일 하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음악가의 자리를 다시 생각하며, 몇 권의 책을 들춰보고, 서점 계단에 앉아서 정리한다”라며 “이것으로 작은 소동이 마무리되길 바란다”라고 장문의 글을 남겼다.
하림은 “계엄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이 시점에, 며칠 앞으로 다가온 국가기관 주최 행사에서 갑작스럽게 섭외 취소 통보를 받았다”라며 “이유는 작년에 광장에서 노래했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좋은 취지의 행사라 낮은 개런티에도 기꺼이 함께하기로 했던 자리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제가 거리에서 노래했다는 그 사실이 여전히 불편했던 모양”이라며 “한때 실재했다고 알려진 ‘블랙리스트’가 지금도 존재하는지는 저는 알 수 없다. 설사 간간이 해온 활동 때문에 제 이름이 어딘가에 올라 있다 하더라도, 소극장에서 열리는 작고 가난한 행사까지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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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번 일도 결국은 어느 한 중간관리자의 눈치 보기에서 비롯된 일이 아닐까 싶다”라며 “저는 이것을 조직적인 탄압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두려움의 구조로 이해한다”라고 덧붙였다.
하림은 “사실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저는 따로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 통보를 전하는 이들은 대부분 갓 기획 일을 시작한, 책임지기 어려운 위치의 실무자들이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렇게 조용히 넘겨온 일들이 우리 모두의 입을 닫게 하는 것을 언젠가 깨닫게 되었다”라거 털어놨다.
결국 하림은 자신과 같은 입장에 놓일 수도 있는 동료와 후배들을 생각하며 이번 일에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조금씩 약자의 자리에 서 있다. 음악은 그런 우리에게 잠시 쉴 곳이 되어준다”라며 “그래서 오늘도 우리 음악가들은 책을 읽고, 가사를 쓰고, 악기를 연습하며, 노래라는 작은 방패를 닦아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저는 꿈꾸고 있습니다. 음악은 칼도, 방패도 아니기를. 음악은 그저 음악일 뿐이다. 그 ‘뿐’인 음악이 누군가에게는 젊은 날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라며 “음악이 전부인 친구들 누구도 낙엽처럼 정치적 이슈에 쓸려 다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소동을 기록한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음악이 더 안전한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하림은 지난 13일 국가기관 주최 행사에서 갑작스럽게 섭외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알렸다. 그 이유에 대해 지난해 광장에서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하림이 지난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문화제’ 무대에 오른 사실이 알려졌고, 섭외 취소를 알린 기관이 ‘남북 청년 토크콘서트’를 추진한 통일부로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기관이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진 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줬다면 이는 명백한 헌법적 권리 침해”라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재현”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통일부 관계자는 “기획사와 행사안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출연자가 작년 말 대통령 퇴진 집회의 주요 공연자라는 걸 알게 됐다”라며 “행사 예정 시기가 대선 기간이라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로 섭외를 중단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