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한국 ‘정치 정서’ 회복의 길

입력 2025-04-1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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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전문위원ㆍ언론학 박사

길고도 초조했던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파면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서 헌정 사상 두 번째 탄핵이다. 이로써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던 탄핵정국이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혼란의 수렁에 빠져 있다. 한쪽에서는 승리를 자축하며 환호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과 당사자인 윤 전 대통령, 그리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조차도 탄핵 반대파의 집결을 자중시키고자 노력하는 분위기이다. 이제는 정말 싸움을 끝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정치 질서 수호의 최고 정점에 있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두고 수용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법치주의를 지키고자 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여론 조사 결과, 20% 가까이나 되는, 이번 탄핵 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국민들의 절망감과 분노가 걱정된다. 이 절망감과 분노는 한국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회의와 무력감에서 나왔을 테니 말이다.

정치적 사건은 단순히 그때그때 일어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서사적인 의미를 가진다.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사결정과 갈등, 합의가 일어나며 그 자체로 역사의 한 단락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의 대통령과 야당 간의 정쟁과 비상계엄, 대통령 구속 그리고 탄핵까지 이르는 역사의 한 단락이 어떤 메시지로 응축될지 우리는 반성해 봐야 한다. 정치적 경쟁자를 밀어내기 위해서 상대를 극한으로 몰아야 하며, 극적인 대립 가운데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만이 정치적 승리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정치인들이 각자 이런 목표를 가지고 국정 운영을 한다면, 그 나라에는 통합과 안정을 통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이런 국가에서 국민들의 정치 정서와 정치적 자기효능감은 심각하게 저해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아무리 민주의식을 가지고 있다 한들, 열심히 정치적 참여를 한다고 한들, 한국 정치의 수준이 근본적으로 낮아서 발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주인공인 국민이 이러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면, 자연스레 그 나라의 정치는 도탄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역대 전 대통령들의 말로를 보면 더욱이나 이번 탄핵 결정을 단순한 정치적 사태로 그냥 넘기기엔 부끄러워진다. 민정 출범 이후 구속과 탄핵을 겪은 대통령들이 대다수라는 사실은, 그들의 개인적 잘못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대통령의 초법적 권한, 정치적 경쟁자를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계파 정치와 정파 정치 등 한국 정치의 모든 악습과 폐습이 누적되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돌이켜 보면, 이제 외신에서 평가하듯 ‘민주주의 회복력’을 자축할 게 아니라 차분히 정치적 재건을 준비할 때이다. 지금은 엄연히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이 부재한 혼란과 공백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번 탄핵 결정이 또다시 어떠한 정쟁의 물꼬를 틀지, 또 그런 싸움 가운데 어떠한 불안정한 리더십이 탄생하게 될지 두렵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한국의 정치 정서를 진정으로 치유하고 회복하는 근본적인 쇄신의 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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