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한 질문'에 어떻게 답했을까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들은 '공격적 질문'을 받았을 때 '4인 4색'의 각기 다른 방어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24일 본지가 OpenAI의 최신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o3'를 통해 후보 4인(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가나다순)이 곤란하거나 공격적인 질문을 받았을 때 구사한 어휘나 표현, 몸짓과 표정 등을 분석해봤다.
AI는 각 후보가 '구체성 희석'(김문수), '화제 전환'(안철수), '재해석'(한동훈), '역질문'(홍준표)이란 각기 다른 방식의 방어 전략을 구사했다고 평가했다. 전날(23일) 국민의힘 '미디어데이'에서 나온 질문과 그에 따른 각 후보들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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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께서 원하시는 거라면 '무엇'이라도 다 할 수 있다. '어느 때',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뜻을 표하느냐는 앞으로 좀 보겠다."
김문수 후보는 '탄핵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의향이 있냐'는 기자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AI가 분석한 김문수 후보의 방어 전략은 '구체성 희석'이다.
김 후보는 '대국민 사과'란 명확한 요구를 '무엇'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대체했다. 구체적 사과 시점과 형식도 못박지 않았다. AI는 "(김 후보가) 할 수 있는 행위의 범위를 100% 열어둠으로써 검증을 회피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화법은 "듣는 쪽에선 '뭐든 해준다니 좋다'는 긍정적 정서를 먼저 느끼게 하지만, 정작 검증 가능한 약속이 없어 (김 후보 입장에선) 빠져나갈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AI는 평가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미래 비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봤다.
"제가 열심히 노력(후보 단일화)해서 우리 당이 여당이 되지 않았나. 그런 것에 대한 고마운 말씀도 좀 부탁드린다."
안철수 후보에겐 '이 정당, 저 정당을 옮겨다녔다'는 지적이 날아들었다. 과거 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당적 변경이 잦았던 점을 꼬집은 것이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를 강조하며 맞섰다.
AI는 안 후보의 답변에 '화제 전환' 전략이 녹아있다고 봤다. AI는 "(안 후보가) 대화의 논점을 '당 이동 여부'에서 '나의 성과'로 이동시켰다"며 "'단일화를 통한 여당 창출'이란 성과를 내세우며 자기효능을 부각했고, 반대로 '당적 변경'이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희석시켰다"고 분석했다.
안 후보는 답변 말미 5초 동안 옅은 미소를 보였고, 미세하지만 고개도 수차례 끄덕였다. AI는 이를 두고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스스로의 논리를 강화했고 미소를 지어보여 '내 말이 맞지?'와 같은 자기확신을 표출했다"고 분석했다. 긍정적이고 친화적인 제스처로 "불쾌감을 완충했다"는 게 AI의 평가다.
"저는 정치하면서 늘 많은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만큼 어떻게 보면 제가 유력하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TV토론 상대로 가장 많이 지목받았다'는 질문에 한동훈 후보가 한 대답이다.
AI는 한 후보의 '재해석 능력'에 주목했다. AI는 한 후보가 "이른바 '상처'(상대 후보들의 집중된 견제)를 '훈장'(유력한 대선 후보)으로 재해석해 자신의 이미지를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한 후보가 "'내가 공격받는 것은 능력‧영향력‧정당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펼쳐 빠르게 질문의 의도를 전복시켰기 때문에 공격 강도를 낮추고 무력화할 수 있었다"고 봤다.
또 이러한 방어 전략은 특히 '팬덤과 열성 지지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그 이유에 대해 AI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공격받는 영웅'이라는 서사를 제시하면 팬덤은 단결을 강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부 민주당 사람들 아니던가? 민주당 사람들이 우리 당 잘 되라고 모임을 결성했을까? 훼방 놓으려고 하는 거 아닐까?"
홍준표 후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지하는 세력(모임)이 늘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질문의 의도가 홍 후보 입장에선 '단일화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었다.
홍 후보의 선택은 '반문' 전략이었다고 AI는 분석했다. AI는 홍 후보가 되레 "'예, 또는 아니오'로만 답할 수 있는 질문을 연이어 던져 논쟁 공간을 좁혔다"고 분석했다. 또 "실제론 '민주당의 훼방'이라는 본인의 암묵적 결론을 주입하고 있어, 반격이 들어올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봤다.
AI는 홍 후보의 '느릿한 말 속도'도 중요한 분석 요소로 봤다. AI는 홍 후보가 평균 대화 속도(약 180 wpm, 분당 단어 수)보다 10~15% 느리게 답변을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역질문을 통해) 격앙된 내용을 말하면서도 말의 속도와 톤을 일정하게 유지해 '나는 침착하다'는 이미지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저속·저음 발화는 '지식이 많다, 경험이 있다'는 인상을 줘 설득 효과를 높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