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회장은 “시장선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선언적 구호에 불과한 목표나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시장선도 기업이 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창출하라”고도 했다.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 리더십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면서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큰 위기에 빠졌다는 ‘트라우마’도 엿보인다.
구 회장의 시장선도 주문에 따라 주력 계열사 LG전자는 잇따라 최초 제품들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당장 실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지라도 시장선도 타이틀을 갖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출시한 세계 최대 84인치 초고해상도 UD TV를 국내 시장에 출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쇼 CES2012에서 소니 등 일본 업체가 UD TV 시장 선도를 외치자, LG전자는 콧방귀를 꼈다. 콘텐츠도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이르다는 것.
LG전자는 그러나 반년 만에 말을 바꿔 2500만원이나 하는 84인치 UD TV를 세계 최초로 내놨다. 아직 UD를 구현할 만한 콘텐츠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지만, 초대형 프리미엄TV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OLED TV도 경쟁사에 비해 빨리 출시한다는 각오다. OLED는 기존 LCD를 뛰어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삼성과 LG는 현재 신뢰성과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의 비율, 생산효율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올해 안에 어쨋든 OLED TV를 출시하는 게 1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시장선도에 실패한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 스마트폰이 PC화 되면서 최근 제품의 하드웨어 스펙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 LG전자는 하드웨어 스펙에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지난 5월 출시한 옵티머스 LTE2는 국내 최초로 최대 용량 2GB 램(RAM)을 탑재했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코드명G’는 LG전자와 LG 부품 계열사 임원들이 1년 넘게 기획해온 최강 스펙 제품이다. 과거 피쳐폰 시절 영광을 되찾기 위한 회심의 승부수다. 쿼드코어인 퀄컴 스냅드래곤4에 2GB 램을 장착했다. 쿼드코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서 두뇌 기능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운데 핵심 연산 부위인 코어(core)를 4개로 늘린 중앙처리칩을 말한다. 기존 듀얼코어칩에 비해 정보처리 속도가 빠르고 멀티태스킹 성능이 높다. LTE 망을 이용한 음성통화인 VoLTE(Voice over LTE)도 지원한다.
LG전자가 최근 삼성전자와 때 아닌 냉장고 크기 대결을 펼친 것도 대형 냉장고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구본무 회장의 시장선도 주문이 ‘LG의 부활’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