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제도 개편
재생에너지를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해 본격적인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에 나선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시장 질서 건전화 작업이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 정부 주도의 질서 있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보급 추진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안덕근 장관 주재로 '재생에너지 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설비용량 6GW(기기와트)의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보급하겠다는 목표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상으로 2030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목표는 태양광 46.5GW, 해상풍력 14.3GW다. 2023년까지 실제 들어선 태양광과 해상풍력 발전 누적 설비용량은 23.9GW, 0.1GW에 그친다.
이에 비춰보면 이번 목표는 상당히 의욕적으로 보급해야 하는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정부는 아직 개발 초창기로 개발 잠재력이 큰 해상풍력 확대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먼저 정부 주도로 입지를 발굴해 질서 있는 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되, 법 제정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준계획 입지인 집적화단지 제도를 활성화해 민간의 해상풍력 사업 진행에 속도가 나도록 도울 방침이다.
해상풍력 발전 시장이 2030년까지 최대 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됨에 따라 정부는 국내 산업 육성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등 공급망 강화에도 힘을 싣기로 했다.
우선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 조성을 위해 오는 7월 향후 2년간의 해상풍력 입찰 물량과 평가 방법 등을 공개한다.
또 낙찰자 선정 기준에서 입찰 가격 외에 기술 이전과 산업 전후방 연계 효과 등 비가격 평가 요소를 한층 강화함으로써 국내 공급망 강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중 보급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태양광은 주민·계통 수용성이 우수하고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가 많은 산업단지 태양광을 중심으로 활성화를 추진한다.
산업부는 또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함께 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과 제로에너지건축물과 연계된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전략에선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 비율(RPS) 제도의 개편도 이뤄진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 비율(RPS) 제도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재생에너지 전력 시장을 장기 고정 입찰 방식으로 전환, 대규모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하고 국민과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주요 발전사들은 법령에 따라 일정한 신재생에너지 의무 발전 비율을 지정받는다. 발전사들이 직접 의무를 채우지 못하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정서(REC)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로부터 REC를 사 목표를 채운다.
이렇게 발전사들이 REC를 사는 데 들어간 돈은 결과적으로 한국전력이 전기 고객에게 청구한 전기요금에 기후환경요금 명목으로 붙는다. 2022년의 경우 RPS 비용으로 약 3조 원이 들어갔다.
게다가 민간 기업이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전환 이니셔티브인 RE100(재생에너지 100%)에 동참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구매를 늘려가면서 REC 가격은 높아지는 추세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추세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REC 가격도 상승하면서 국민과 기업의 부담도 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정부가 운영하는 시장에서 입찰을 통해 20년 장기 고정가로 전력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장기 고정 입찰 방식을 통하면 현행 RPS 기반 체계보다 체계적인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기업의 RE100 참여 지원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로부터 전력을 직접 구매하는 시장도 확대하기로 했다.
RE100 수요 증가 추세 속에서 산업부는 주요 국내 재생에너지 수요 기업에서 총 1.3GW 규모로 직접 PPA(전력구매계약)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전략 발표 후 순차적으로 주요 세부 과제별 후속 정책 수립을 관계 부처와 추진하겠다"며 "원전, 수소 등 다른 무탄소 에너지 지원과 재생에너지의 균형 있는 육성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