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미수금은 1235억원 남아
부동산 개발업계 '맏형' 정춘보 회장의 신영이 시장에 불어닥친 찬바람 탓에 부진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반 토막 났고 집이 안 팔릴까 하는 생각에 중도금 치를 날짜를 미뤄주면서 분양미수금은 영업이익의 2배가 넘게 쌓였다.
정 회장이 1984년 세운 신영은 국내에 생소했던 디벨로퍼 개념을 처음 도입한 곳으로 정 회장이 지분의 90.4%를 보유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영의 지난해 매출액은 8051억 원으로 전년 1조1139억 원보다 27.7%(3088억 원) 감소했다. 분양매출이 줄어든 게 결정적이다.
신영의 분양매출은 6964억 원에서 4475억 원으로 2489억 원(35.7%) 축소됐다. 완성건물매출과 제품매출, 상품매출도 전년보다 각각 112억 원, 239억 원, 188억 원 감소했다.
분양수익은 인천 루원시티 3블록 주상복합(1707억 원)과 한남동 복합개발 프로젝트(976억 원)에서 주로 발생했다. 파주 운정 개발사업(496억 원), 분당 수내동 주상복합 개발사업(380억 원), 아산 탕정 2-A1 블록(268억 원), 개봉동 주상복합(243억 원), 답십리 오피스텔(201억 원)에서도 수익이 났다.
분양미수금은 123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2.5배 수준이다. 신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9.6% 줄어든 483억 원이다.
분양미수금이 가장 많은 곳은 774억 원인 인천 루원시티 3블록 주상복합이다. 전년 608억 원에서 166억 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한남동 복합개발 프로젝트에서도 394억 원의 분양미수금이 발생했다. 다만 2021년 4554억 원과 비교하면 분양미수금 규모는 크게 줄었다.
신영 관계자는 "인천 루원시티와 한남동 부동산 경기 악화와 급격한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해 중도금 납부 시점을 잔금 때까지 유예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고 무리 없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으로 가는 것보다 금융비용 부담을 낮춰 분양률을 높이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큰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신영은 건물을 지어 넘긴 뒤 돈을 받지 못한 공사대금 미회수액도 328억 원 있다. 이 중 2019년 분양을 마친 이문휘경지웰에스테이트 주상복합이 206억 원으로 비중이 가장 크다.
신영의 실적을 좌우하는 분양매출이 올해 크게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청주에 분양한 '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을 제외하면 연내 분양 계획이 아직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영 관계자는 "하반기 1~2곳의 분양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