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이 주무관청 허가 없이 기본재산을 활용해 FX마진거래를 했다가 손실을 보더라도 투자자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익법인이 법률을 위반해 투자를 감행했더라도 부당이득을 반환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8일 서희장학재단이 VI금융투자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한 원심 판단을 유지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공익법인법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서희장학재단은 2013년 6월 주무관청 허가 없이 VI금융투자와 FX마진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정기예탁금계좌에 보관돼 있던 기본재산 약 5억 원으로 6개월간 4084회에 걸쳐 FX마진거래를 하고, 2014년 1월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이 끝나고 회수한 돈은 1억8100만 원에 불과했다.
손실을 본 서희장학재단은 주무관청 허가 없이 VI금융투자에 예탁한 것은 공익법인법을 위반해 무효이므로 손실이 발생한 예탁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VI금융투자가 FX마진거래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적합성과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신의성실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1심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일부 인용하며 서희장학재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VI금융투자에게 받은 정산금 합계 1억8000만 원을 제외한 3억2000만 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투자사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청구는 배척했다.
1심 재판부는 "위탁계좌로 기본재산인 5억 원을 입금한 행위는 공익법인법 위반으로 무효"라며 "무효인 FX마진거래계약을 근거로 원고의 기본재산을 예탁받아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었으므로 반환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부당이득반환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받은 예탁금을 사실상 지배하거나 처분하기 어려웠다"며 "예탁받은 재산은 원고의 재산으로 원고가 사실상 지배하였고, 피고가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못해 실질적 이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부당이득반환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수익자가 취득한 것이 금전상의 이득이라면 그 금전을 취득한 자가 소비했는지를 불문하고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수익자가 급부자의 지시나 급부자와의 합의에 따라 그 금전을 사용하거나 지출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는 내용을 최초로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