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이혼] 이혼한 전처가 키우는 자녀가 사고 치면 책임은 어디까지

입력 2022-08-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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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부가 이혼하려면, 아이를 누가 키우고 친권은 누가 행사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지 않게 된 부모는 정기적으로 면접교섭을 하면서 아이 양육에 관여하게 된다. 이혼하고 엄마가 아이를 키우기로 했는데 아이가 사고를 친 경우, 아빠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A 씨와 B 씨는 2004년에 이혼을 하였는데, 엄마인 B 씨가 자녀 C 씨의 친권과 양육권을 가지고 키우기로 하였다. 미성년자인 C 씨는 2018년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미성년자 D 씨의 나체사진 등을 의사에 반해 찍었다. C 씨는 메신저로 이 사진을 D 씨에게 전송하면서, 욕설과 함께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D 씨는 협박을 받고 몇 시간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D 씨의 가족들은 협박한 당사자인 C 씨와 부모인 A 씨, B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A 씨는 '이혼한 이후 자녀와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으므로 C 씨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A 씨에게도 자녀를 감독할 의무가 있으며 책임을 다하지 않았으니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와 다른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민법 제913조가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혼해 친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부모에게는 이러한 규정이 적용될 수 없고, 면접교섭 제도는 이혼 후에도 자녀가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원만한 인격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규정으로서 제3자의 관계에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감독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부모는 미성년자의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하여 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고, 위 사례에서 C 씨의 행동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부모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자녀에 대해 일상적인 지도, 조언을 함으로써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 정도로 자녀를 보호, 감독하고 있었거나, 면접교섭 등을 통해 자녀의 불법행위를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부모라도 아이의 잘못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지만, 필자는 A 씨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1, 2심의 판결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위 사건의 1, 2심은,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는 친권자의 권리 의무 이전에 부모로서의 권리 의무이므로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자도 부담한다고 봐야 하고, 양육권을 가지지 않은 부모 일방은 면접교섭권을 행사해 자녀의 보호, 교양에 일정 정도 관여할 수 있으므로 친권이 없는 A 씨도 자녀 C 씨의 행동에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은,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 민법 제913조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이 규정은 친권자는 자녀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규정한 것일 뿐, 친권자가 아닌 사람은 자녀를 감독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까지 정한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대법원 판결 내용대로라면, 만일 이혼할 때 공동친권을 행사하기로 했다면 이 사건의 경우 A 씨 역시 책임을 지게 되는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람으로서는 누가 친권자인지 알 수도 없는데, 이혼할 때 어떻게 친권자를 정했는지에 따라 책임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이상하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 A 씨는 이혼하고 자녀 C 씨와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혼하고 아이 양육에 무관심한 부모일수록 아이가 친 사고에 책임이 없다는 결론도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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