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기업 실적과 재무구조가 약화하면서 도미노 신용등급 강등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다시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1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NICE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의 올해 상반기 기업 정기평정 결과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된 기업은 43개사(중복 포함)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63개사)에 비해 약 33% 줄어든 수준이다. 반면 상향조정된 기업은 59개로 지난해보다 13곳 늘어났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올해 투자등급의 상·하향 조정 배율(2.2배→3.3배)은 투기등급(0.2배→0.4배)의 8배 수준이다. 등급상하향배율은 신용등급 하향 기업 대비 상향 기업의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1 미만이면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을 초과하면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실적 둔화 우려가 커지는 하반기 기업들의 신용리스크도 확대될 것으로 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 추정 기관 3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제시한 상장사 239곳의 올해 연결기준 순이익 전망치는 182조1428억 원으로 작년보다 0.2% 감소했다. 2분기 실적 추정치가 있는 177개 상장사의 2분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0.4% 줄어든 35조9321억 원으로 예측됐다.
안희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하반기 신용 전망에 대해 “글로벌 경기 위축과 가파른 금리 상승,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지방 부동산 경기 저하 등 환경 변화가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며 “산업별·업체별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신평은 △한국씨티은행 △넥센타이어 △아시아나항공 △금호전기 △HDC현대산업개발 등에 현재 ‘부정적’ 전망을 부여해 하반기 하향 검토 중이다.
투기등급은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더 크다. 이경화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투기등급 기업은 사업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환경의 악화에 대한 대응력도 취약해 단기간 내 급격한 하향압박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금리가 상승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늘면 투자심리가 악화해 등급이 높은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당장 7월~12월 사이 8조5439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물량이 쏟아지는데 기업들은 신규 회사채 발행(차환발행)을 통해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투자적격 등급인 AA―급 회사채 금리도 12일 현재 4.158%로, 올해 초 2.460%에서 큰 폭으로 뛴 상태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