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따뜻한 금융] 코로나19 사회-경제적 위기, 금융의 역할은

입력 2020-03-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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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K임팩트금융 대표

명태는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겨우내 얼고 녹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고 서서히 건조되면서 황태가 된다. 올겨울처럼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면 질 좋은 황태를 얻기가 힘들다. 혹독한 추위와 바람 속에서 시련을 거쳐야 부드럽고 바스락거리는 황태가 생산된다. 황태 덕장 사람들은 추위와 햇볕이 반복되기를 기원하면서 이 과정을 지켜본다. 명태에게나 덕장 사람들에게나 황태는 인내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인내는 참음과 기다림이다. 외환위기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던 1997년. 주요 기업들이 줄이어 도산하고 사람들은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나앉았다. 많은 금융회사들이 문을 닫고 정부의 구조조정기금 투입 덕분에 회생하였다. 국민들은 장롱 속에 있던 금붙이를 모았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어려움을 참고 희망의 시기를 기다리는 국민들의 끈기를 보았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그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으로부터 가치투자에 대한 교훈을 받는다. “긴 시간이 지나면서 증권은 점점 가치에 걸맞은 수준으로 거래되기 마련이고 결국 그 증권의 내재가치에 접근하게 된다. 그 긴 시간이라는 것을 확실히 정할 수는 없으며 때때로 생각보다 몇 년이 늦어지기도 한다. 주식시장은 가치투자자들에게 선택권을 준다. 그리고 그 주식이 시장에서 저평가되어 소외되는 동안 투자자의 인내심과 끈기는 시험대에 오르고, 그 시험을 통과하면 주가는 내재가치에 부합하게 된다.” 그는 인내에 기반을 둔 투자로 많은 이익을 거두었다.

우리는 주변에서 단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투기자본의 폐해를 많이 보아 왔다. 외환위기 이후의 론스타 사태,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최근 한국의 라임 사태 등 단기적 수익을 좇아다니다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래서 각국의 금융당국은 이러한 투기자본에 의한 폐해를 방지하고 금융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하고 강력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금융은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여야 한다. 금융을 통하여 사회에 가치를 심는 일에 동참하여야 한다. 최근에 사회책임투자, 임팩트금융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갖는 금융 방법론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금융은 인내를 강조한다. 치고 빠지는 금융,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앗아 가는 금융이 아닌 ‘참고 기다리는’ 인내자본인 것이다. 인내자본은 수익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재원을 유통하고, 한번 투자하면 오랜 기간에 걸쳐 참고 기다린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여기저기에서 들리고, 대기업조차도 공장문을 닫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근로자들의 일터가 흔들리고 있다. 소비와 생산이 줄면서,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얼마나 더 심각한 영향을 줄지 그 누구도 명확하게 이야기해 줄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정부가 추경예산을 세우고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금융이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이다. 외환위기 때 받았던 빚을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 이 고난의 시기를 사회가 극복할 수 있도록 금융이 선제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황태처럼, 이를 지켜보면서 희망을 갖고 기다리는 덕장 사람들처럼 금융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내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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