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부활

입력 2019-12-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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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기능성 중심의 직선 디자인…SUV 인기몰이 속에서 직선 디자인 인기

1990년대 후반.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앞다퉈 새 모델을 만들어냈다.

먼 미래로 여겨졌던 21세기가 코앞에 닥치면서 “이대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결국 세단과 해치백, SUV와 미니밴 등 자동차가 지닌 본연의 기능을 마구 뒤섞기 시작했다.

2가지 콘셉트를 하나의 자동차에 담아내면서 장르 파괴를 의미하는 ‘크로스오버’ 자동차도 이때 등장했다. 차 등급(Segment)을 허물었다는 의미를 담아 ‘세그먼트 버스터’로도 불렸다.

하나의 자동차에 두 가지 이상의 콘셉트를 담다 보니 디자인은 현실과 이상의 경계선까지 뻗어 나갔다. 난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도 속속 등장했다.

▲철저한 바우하우스 풍의 세아트 '이비자' 1세대(왼쪽)와 4세대(2015년) 신형의 비교 모습. 1990년대 후반까지 직선을 바탕으로 기능성을 강조한 '바우하우스' 디자인이 인기를 모았다.  (출처=뉴스프레스UK)
▲철저한 바우하우스 풍의 세아트 '이비자' 1세대(왼쪽)와 4세대(2015년) 신형의 비교 모습. 1990년대 후반까지 직선을 바탕으로 기능성을 강조한 '바우하우스' 디자인이 인기를 모았다. (출처=뉴스프레스UK)

◇1990년대 사라진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부활 = 이 무렵 사라진 디자인 추세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바우하우스’다. 바우하우스는 유럽에서 시작한 건축예술 풍조다. 세련미와 유선형을 등지고 직선을 기조로 철저하게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이다. 혀를 내두를 만큼 직선에 기반을 둔 유럽 건축물들도 이를 바탕으로 등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바우하우스 풍조를 밑그림으로 하는 자동차도 나왔다. 반듯한 디자인으로 된 차들은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고장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물론 못생긴 차들이 많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1980~1990년대 독일 차들이 이런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고스란히 이어받기도 했다.

그렇게 사라졌던 바우하우스 풍조의 네모 디자인이 2020년을 목전에 두고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전방을 매섭게 노려보던 전조등 디자인이 하나둘 네모반듯한 모습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 단순하게 차 전체 디자인을 박스(Box) 타입으로 그려내는 게 아닌, 전조등을 중심으로 한 네모 디자인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맹목적으로 ‘매서운 눈매’가 가득한 자동차 시장에서 네모난 전조등이 하나의 개성으로 떠오른 셈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예정인 메르세데스-벤츠 GLB. 소형 SUV지만 차체 곳곳에 네모반듯한 형상을 심어넣어 한결 강인한 분위기를 뽑아냈다.  (출처=다임러미디어닷컴)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예정인 메르세데스-벤츠 GLB. 소형 SUV지만 차체 곳곳에 네모반듯한 형상을 심어넣어 한결 강인한 분위기를 뽑아냈다. (출처=다임러미디어닷컴)

◇고급차도 네모반듯한 모습으로…메르세데스-벤츠 GLB=메르세데스-벤츠 모델명은 단순하다. C와 E, S-클래스로 삼분할 한 세단 라인업이 확대하면서 A와 B-클래스 등이 등장했다. 새로 바뀐 네이밍 규칙을 따르자면 이런 이름 앞에 알파벳 GL을 붙이면 곧바로 SUV가 된다. GLB는 이름 그대로 소형 SUV다. 가솔린은 배기랑 1300cc급을 얹을 만큼 작은 차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유럽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새 모델은 최근 트렌드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네모난 전조등을 심었다. 작은 SUV이지만 디자인 덕에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도 지녔다. 소형 SUV이지만 나름 7인승까지 갖췄다. 고급차들이 하나둘 네모난 헤드램프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대차의 엔트리급 SUV 베뉴 역시 북미 시장에 진출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네모난 전조등을 강조하기 위해 'LED 램프 프레임'도 심어넣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의 엔트리급 SUV 베뉴 역시 북미 시장에 진출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네모난 전조등을 강조하기 위해 'LED 램프 프레임'도 심어넣었다. (사진제공=현대차)

◇밀레니얼 세대 겨냥한 현대차 베뉴=현대차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엔트리급 SUV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이들을 뜻한다.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에 능숙한 세대이면서, 개성을 앞세워 혼자 생활하는 1인 가구를 의미하기도 한다. 개인의 취향과 만족을 위한 혼자만의 시간을 중시하는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수요층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베뉴는 개성이 뚜렷한 디자인을 뽐낸다. 현대차 역시 베뉴 디자인을 일컬어 “견고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이라고 소개한다. 날카로운 주간주행등 아래에 네모반듯한 전조등을 심어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뿐더러 견고함도 확대했다. 네모를 강조하기 위해 전조등 주변을 LED로 장식해 뚜렷한 사각형을 강조하고 있다.

▲SUV와 픽업트럭이 잘 팔리는 북미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기능성을 강조한 직선 디자인이 인기를 누려왔다. 사진은 '2020 북미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른 기아차 텔루라이드.    (사진제공=기아차)
▲SUV와 픽업트럭이 잘 팔리는 북미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기능성을 강조한 직선 디자인이 인기를 누려왔다. 사진은 '2020 북미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른 기아차 텔루라이드. (사진제공=기아차)

◇‘북미 올해의 차’ 유력 후보 기아차 텔루라이드=기아차 텔루라이드 역시 단순한 디자인을 앞세워 북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미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함께 ‘2020 북미 올해의 차’ SUV 부문 최종 후보(3차종)에 이름을 올렸다. 팰리세이드와 같은 플랫폼에 같은 콘셉트를 지녔지만, 북미시장에서 텔루라이드가 지닌 가치는 현대차 팰리세이드를 크게 앞선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만 생산한다. 이곳저곳 여느 시장을 기웃거리지 않고 오롯하게 북미에서만 팔리는 전용 모델이라는 점에서 현지 반응이 뜨겁다.

단순하지만 심플한 매력이 가득한 디자인도 물론 호평을 받고 있다. 일찌감치 국제모터쇼 대신, 뉴욕 패션위크에 신차를 공개할 만큼 ‘Simple is Best(단순함이 최상)’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네모반듯한 헤드램프를 최대한 양옆으로 벌려놓은 점도 눈길을 끈다. 그렇지 않아도 커다란 차체를 더욱 커 보이게 만든다.

▲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왼쪽)의 디자인은 클래식 디펜더를 향한 존경과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출처=뉴스프레스UK)
▲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왼쪽)의 디자인은 클래식 디펜더를 향한 존경과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출처=뉴스프레스UK)

◇오리지널을 향한 존경과 열정, 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가 전 세계 랜드로버 마니아들의 이목을 모으며 10월 공개됐다. 디펜더는 랜드로버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하며 강한 내구성을 지닌 모델로 손꼽힌다. 이전과 전혀 다른 새 차로 등장했지만 한눈에도 디펜더 후속임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밑그림이 이전 클래식 디펜더와 같다. 무엇보다 네모반듯한 디펜더 고유의 디자인도 되살아났다. 네모난 전조등 플라스틱 프레임 안에 동그란 전조등을 심어 넣었던 이전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면 오리지널에 대한 존경과 열정을 담은 올 뉴 디펜더는 내년께 국내에서도 공식 수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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