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초대형 IB, 실적 냈지만 샴페인은 나중에

입력 2019-11-2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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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시장의 전반적인 부진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관련 제도 정비가 이뤄진지 햇수로 채 5년도 안 돼 거둔 성과다. 하지만 ‘글로벌’ IB와 견주기에는 규모 면에서 가야할 길이 멀고 업계와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증권사의 사업 영역은 크게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자기매매, 인수ㆍ주선 등으로 나뉜다. 위탁매매는 고객의 부탁을 받아 주식이나 채권 등을 매매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반면 자기매매는 증권사가 고객의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유가증권을 사고 파는 것이다. 때에 따라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오판하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인수ㆍ주선은 기업이 주식이나 채권 등을 발행할 때 증권사가 전부나 일부를 사들여 다른 투자자에게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밖에 증권사는 신용공여와 증권저축, M&A(인수합병) 중개, 펀드 판매, 자산관리 대행 등도 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비중이 너무 높다는 데 있었다. 위탁매매는 주식 시장 상승기에 거래대금이 증가할 때는 많은 돈을 벌다가도 침체기에 들어 거래량이 급감하면 수익이 크게 줄어든다. 이 때문에 과거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를 두고 ‘천수답(天水畓)’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관개 시설 없이 오로지 빗물에만 의존해 짓는 농사처럼 주식 거래량에 따라 수익이 증감하는 것을 빗댄 말이다.

하지만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 정책 이후 증권사들의 IB와 PI(자기자본투자) 부문에서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면서 천수답 꼬리표도 옛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도입해 자기자본 3조 원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증권사에 기업 신용공여 업무를 허용했다. 하지만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중개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2016년에 개선 방안을 내놨다. 기업금융 재원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도록 발행어음을 비롯해 IMA(종합투자계좌)를 허용했다. 또한 기업금융 관련 업무 범위도 확대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결과 증권사들의 수익구조에 변화가 일고 있다. IB와 PI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위탁매매나 자산운용 부문에 육박하거나 압도하는 결실을 본 것이다. 실제로 한 초대형 투자은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적을 보면 전체 영업이익에서 IB와 PI 부문 비중이 48.6%로 절반에 육박하는 등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위탁매매 비중이 57.3%에 달하고 IB는 6.6%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 증권사 외에 다른 초대형 투자은행들 역시 IB 사업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하지만 해외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위탁매매 비중은 20% 안팎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증권사들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아울러 최근 수년간 IB 부문의 성장을 이끈 것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또 하나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 방안을 내놓은 지 3년이 다 돼가는 시점임에도 엄격한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로 발행어음 진출에 제한을 받는 등 투자은행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 하는 일들이 빈번하다. 투자은행 업무와 관련 없는 사항으로 인가를 미루는 것이 금융투자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아닌지 정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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