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잠 못이루는 기업들

입력 2018-12-27 16:41 수정 2018-12-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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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불확실성 고조, 살얼음판 걷는 한국경제… 4대 그룹 시나리오 경영 돌입

올해 국내 기업들은 살얼음판을 건넜다. 미·중 무역 전쟁과 신흥국 경제위기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국내에선 근로시간 단축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까지 감내하며 힘겨운 싸움을 버텨냈다.

힘든 한해가 지났지만, 다가오는 기해년은 더 암울하다. 경기가 하방국면에 접어들고 있는데 정부의 규제 정책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오히려 새해에는 공정거래법, 상법 등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 개정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여 기업 관계자들의 한숨은 더 깊어진다. 4대 그룹 한 임원은 “사업하기 쉬웠던 적은 물론 없었지만, 내년은 진짜 두렵다”고 토로했다.

다가오는 기해년을 맞아 재계가 위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현안별로 우선순위를 매기고, 대책 마련 및 시나리오 경영에 나서고 있다.

먼저 삼성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금산분리를 해결하라는 공정위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탓이다. 문제는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금산분리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사태는 금산분리 작업에 더 어려움을 주고 있다.

삼성바이오 지분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 입장에서 금산분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대비해 시급히 대응해야 할 경영과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게다가 삼성이 반도체 이후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시점에서 삼성바이오 논란이 확장될 경우 바이오산업은 물론 국내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 3분기 어닝쇼크로 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정의선 체제’를 정착시키며 그야말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 중국 시장의 판매 부진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모색함과 동시에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아시아 시장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판매 확대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또다시 후진하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그룹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미래 자동차 시대에 걸맞게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수소전기차 굴기’를 외치고 있지만, 각종 규제에 과연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지지부진했던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이 정부 심의를 통과한 만큼, 이르면 내년 상반기 첫삽을 뜰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양대축인 반도체와 에너지·화학사업이 탄탄한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그 다음 먹거리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반도체 의존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상황에서 반도체 시황이 꺽이면 SK그룹도 별다른 방어책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는 내년 ‘뉴SK’를 위한 딥 체인지를 가속화해 비스니스 모델 혁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존 에너지·화학, 반도체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핵심 기술과 비즈니스 혁신에 요구되는 기술 등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은 배터리, 바이오 등의 사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신사업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혁신 면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LG그룹은 내년이 구광모 회장 체제가 본격화하는 해인 만큼,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인사에서 과감하게 외부 인재를 수혈했는데, 이에 따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구 회장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계열 분리를 미루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어떤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떨어져 나갈지, LG그룹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4년째 적자에 시달리는 스마트폰 사업과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전장 부문의 반등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대부분이 내년은 올해보다 더 힘들 것”이라며 “그야말로 버티는 게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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