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Eye] 트럼프 ‘국경조정세’의 허와 실

입력 2017-02-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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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공화당이 추진하는 ‘국경조정세(Border adjustment tax)’는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28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상·하원 합동 본회의 연설을 앞두고 세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연설에서 가장 주목되는 게 법인세 개혁이다. 여당인 공화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의 35%에서 20%로 인하하고, 특히 국경조정세 도입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경조정세는 해외 수출로 얻은 수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면제하고, 해외에서 수입한 제품이나 부품에 대해서는 20%의 세금을 그대로 부과하는 조치다. 수출로 버는 기업일수록 과세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출촉진형 세제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중국 45%, 멕시코 35% 등 대미 무역 흑자가 큰 나라에 대해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국경세를 주장하면서 공화당이 제시한 국경조정세는 너무 복잡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트럼프 역시 국경조정세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10일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인센티브에 근거한(Incentive-based) 세제로 할 방침”이라고 말하는 등 국경조정세는 점점 현실 기미를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이대로 국경조정세는 실현될 것인가. 장담할 수는 없다.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국경조정세 도입을 놓고 의견이 양분된 상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월마트 등 유통업계는 국경조정세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의회에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국경조정세를 이론적 측면에서 지원하는 싱크탱크와 경제학자들은 국경조정세를 도입하면 달러 강세가 진행되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수입업체도 매입 비용이 낮아져 세금 부담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는다고 설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경조정세를 도입하면 달러 가치가 25%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입 기업은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달러 강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지만 국경조정세를 도입한다고 해서 즉시 달러화 가치가 강세가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환율은 세금·재정 변화보다는 금융 정책과 미국 및 해외 경기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일반적이다. 수입 기업들은 수입에 20%의 세금이 부과되면 달러 강세가 진행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결국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 이를 소매 가격에 전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예를 들어 달러가 즉시 강세로 전환되지 않으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휘발유 소매 가격은 13% 상승하고, 가계의 연간 부담은 400달러 가까이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혁 때문에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백인 노동자 계급의 생활이 오히려 궁핍해지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달러가 즉시 강세로 돌아서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 보잉과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수출 의존도 높은 미국 25개 기업은 ‘국경조정세를 지지하는 단체(America Made Coalition)’를 결성했다. 이들은 트럼프의 의도대로 일자리가 늘어날지는 불확실하지만 어쨌든 해외 제품과 경쟁하려면 공정한 경쟁 환경이 필요하다며 국경조정세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안은 문제는 달러 강세가 진행되면 법인세 감면을 통해 얻은 가격 경쟁력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점이다. 결국 국경조정세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미국 경제에는 중립적이라는 것. 이에 이의를 제기할 경제학자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가치가 너무 높다고 다시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이다.

국경조정세가 초래하는 이런 일련의 혼란과 모순점들이 드러나면 이를 추진하는 공화당 의원들도 회의를 느끼고, 자신들의 재선이 위협당할 수도 있음을 우려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경조정세는 의회 통과가 불투명해진다. 실제로 상원 공화당에서는 국경조정세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해져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설득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설득의 근거가 ‘달러 강세’ 뿐이라면 국경조정세 지지 쪽으로 다시 돌아서는 상원의원 수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경조정세를 실현하겠다면 에너지 등 수입품의 일부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차선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현재로서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국경조정세를 포함한 근본적인 세제 개혁 의지는 미약해보인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는 오바마케어의 폐지·대체를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제 개혁은 여름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여기다 트럼프 정권도 세제 개혁을 담당할 각료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전부여서 트럼프 정권의 국경조정세가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까지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사이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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