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 무슨 일이⑥] 롯데 '대권경쟁' 2~3년 전 이미 시작됐다

입력 2015-01-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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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으로 촉발된 그룹 후계구도의 균열 시점이 다시 재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의 해임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결정’이었다는 세간의 관측이 신동빈 회장의 입으로 직접 밝혀진 만큼 해당 시기에 맞물린 형제간 대권 경쟁을 짚어보면 자연스레 향후 경영승계 구도를 전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13일 밤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에게 “(형의 임원직 해임은) 아버님이 하시는 일이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신동주-일본, 신동빈-한국’이라는 후계구도 공식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

◇2년 전부터 한국 계열사 지분 경쟁=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동주, 동빈 형제는 2013년부터 한국 롯데의 계열사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형제는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제과 지분 매입 경쟁뿐만 아니라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등의 주식도 경쟁적으로 쓸어담았다.

동생인 신 회장은 2013년 5월 롯데케미칼 주식 6만2200주를 매입하며 보유 지분을 0.3% 늘렸다. 이후 6월 롯데제과 6500주, 롯데칠성 7580주를 잇따라 매입했고, 그해 9월 롯데손해보험 주식 100만주(1.49%)를 사들였다.

동생이 지분을 늘리자 신 전 부회장도 뒤질세라 한국 계열사 주식 매입을 멈추지 않았다. 2013년 8월 롯데제과 지분을 취득한 후 작년 9월까지 1년 1개월 동안 거의 매달 주식을 샀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제과뿐만 아니라 지난해 1월 롯데푸드의 주식 2만6899주(1.96%)도 대거 매입했다.

롯데가(家) 형제가 계열사 지분을 경쟁적으로 사들이자 형제 관계가 한순간에 험악하게 바뀌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당시 시작된 지분 매입 경쟁은 형제가 함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주식을 매입한지 10년 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2003년 이후 지난해 초까지 단 한 번도 계열사 주식을 매입한 적이 없다.

당시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지분 매입은 주가 하락에 따른 책임경영과 계열사 간 상호 출자 해소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10년 만의 지분 매입 경쟁은 이례적인 것이 사실이다.

◇해외 영역 침범에 불편한 관계도 이어져= 2013년 9월 2일, 아우에 대한 형의 감정이 일본 신문 지면을 통해 처음으로 드러났다. 신격호 회장이 정한 후계구도에 대한 형의 ‘대항심’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해석이 나왔던 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롯데가 6억명의 거대 시장인 동남아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본 롯데가 2013년 7월부터 태국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11월 인도네시아 공장의 가동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이날 신문은 한일 최초로 신 전 부회장에 대한 인터뷰와 해설기사도 게재했다. 신문은 “태국 신공장 준공식에서 신 부회장이 ‘일본에서 태어난 과자를 해외로 넓히는 것은 일본 롯데의 역할이다. 과자 브랜드 전략은 일본이 주도한다’고 말했다”며 “이는 신 부회장이 한국 롯데에 대한 대항심을 슬쩍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남아 시장은 원래 한국 롯데가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신 전 부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분업 구도가 해체됐고 지분경쟁 등 롯데그룹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앞서 2007년 신동빈 회장이 베트남 제과업체인 비비카를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 만큼, 신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 주도설’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 롯데의 동남아 진출로 형제간의 불편한 관계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당시 한ㆍ일 재계의 공통된 관측이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장남 해임과 관련해 지난 10일 신 전 부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ㆍ72) 롯데홀딩스 사장 사이의 경영방침을 둘러싼 대립 때문이며, 신격호 총괄회장이 결국 쓰쿠다의 노선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 계열사 장악 시도 정황= 본지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 직후 롯데알미늄이 지난해 분기 및 반기 사업보고서에 신 전 부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표기한 부분을 단독 보도했다. 기사가 나간 직후 롯데알미늄은 정정 공시를 통해 신 전 부회장의 담당 업무를 ‘자문’으로 정정했고, 그의 주요 경력 역시 ‘롯데칠성음료 이사’에서 ‘호텔롯데 이사 겸직’으로 고쳤다.

롯데그룹 측은 이에 대해 단순 착오기재라고 해명했지만. 오너 체제 아래의 그룹 계열사에서 그룹 회장이라는 직함을 단순 착오로 잘못 표기할 수 있냐는 부분은 의혹을 더한다. 신 전 부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표기한 사례가 3분기 보고서뿐 아니라, 지난해 1분기 보고서와 반기 보고서 등 3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난 만큼 일시적 착오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

결국 신 전 부회장이 ‘일본L제2투자회사’ 등 일본 계열사가 대주주로 있는 롯데알미늄의 경영권 장악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L제2투자회사는 일본 롯데상사로부터 분리된 투자부문 회사로 신 전 부회장은 해임 전까지 롯데상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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