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을 연기한 가운데, 3일 간의 글로벌 전략회의에 돌입했다. 6개월마다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각 부문 경영진과 전 세계 법인장이 모두 모여 경영 현안을 공유하고 사업 방향과 판매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전략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은 “예년과 달리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사장단과 임원 인사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향후 사업 방향 등을 정하기가 애매한 탓이다.
2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날 글로벌전략회의 둘째 날을 맞아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총괄 대표 주재로 경기도 수원 사업장에서 TV 및 생활가전 관련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슈퍼 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의 로드맵과 새로 인수한 미국 프리미엄 가전 ‘데이코’의 브랜드 운용 전략, 차세대 가전 트렌드인 사물인터넷(IoT)과의 결합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더불어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박람회인 ‘CES 2017’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관련 진행 상황 등도 면밀하게 점검할 방침이다. 이밖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에 따라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보호무역주의 대처 방안도 주요한 논의 사항이다.
전날 수원에서 열린 IM(ITㆍ모바일)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는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글로벌 전략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IM부문 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20일과 21일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의 모두 발언이 있은 후,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 대한 반성 및 원인 규명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 지 등을 점검했다. 또 고객 신뢰 회복 방안과 내년도 주요 시장 점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8’ 판매 전략 및 출시 시기 등도 논의됐다. 회사 관계자는 “갤럭시S8은 갤럭시노트7 실패를 만회할 중요한 제품”이라며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 전략이 심도 깊게 논의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수 한 인공지능(AI) 플랫폼 회사인 비브랩스의 기술을 활용해 갤럭시S8에 ‘AI 비서’ 기능을 담을 계획이다.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을 이끄는 권오현 부회장 주재로 기흥사업장에서 반도체 사업 전략회의를 연다. 호황기로 접어든 반도체 산업은 내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돼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
DS부문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는 올해의 호실적을 꾸준히 이어나갈 중장기 로드맵이 논의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시황에 대한 분석과 이 분야의 시장 리더십을 지속하기 위한 제품 전략 등이 보고될 것이란 관측이다. 새롭게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시스템LSI 분야의 역량 강화도 주요 현안이다.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한 전장부품 사업의 방향성도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가전과 함께 빈틈 없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것”이라며 “반도체 호황 속에서 내년 스마트폰 사업의 부활까지 성공한다면, 2013년 기록한 36조 원의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돌파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