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상거래업체 쿠팡이 자사의 당일 직접배달 서비스인 ‘로켓배송’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쿠팡의 투자가 ‘대박 아니면 쪽박일 것’이라는 등의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 3일 전국 당일 배송을 목표로 2017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4만명을 채용하고 전국 물류센터를 현재의 14곳에서 21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투자계획이 완료되면 쿠팡은 전국민이 모바일을 통해 어디서든 24시간내 주문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전무후무한 쇼핑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로켓배송 불법 판결 나면 투자 ‘도로아미타불’ = 그러나 쿠팡의 투자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쿠팡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로켓배송은 불법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현행법상 운송용으로 허가받은 차량만 배송업을 할 수 있는데 쿠팡이 자가용 차량으로 유상 배송을 하고 있다며 지난 5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21곳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어 지난 4일에는 관련 첫 공판이 열리는 등 양측은 팽팽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만약 로켓배송이 불법으로 종결되면 지금까지 투자한 차량과 고용을 물려야 함에 따라 쿠팡은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쿠팡의 투자가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다. 동시에 쿠팡이 티몬, 위메프 등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보다 앞섰던 빠른 배송이라는 경쟁력도 사라지게 된다.
◇택배업체·유통업체와 경쟁 치열= 쿠팡 로켓배송이 합법으로 결론 나더라도 산 넘어 산이다. 쿠팡은 전국 당일배송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이르면 2017년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국에 탄탄한 물류시설을 갖춘 CJ대한통운은 쿠팡보다 1~2년 더 빠른 내년에 전국 당일배송을 실시하겠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쿠팡은 운송업체에만 밀리는 것이 아니다. 로켓배송이 적법이라고 발표되면 막강한 상품 조달 능력을 보유한 대형할인점, 백화점, 오픈마켓 등도 쿠팡처럼 ‘노란색 번호판’(영업용)이 아닌 ‘흰색 번호판’(비영업용 차량)을 운행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쿠팡은 기존 유통업체들에 비해 상품 구색 측면에서 소비자를 만족하게 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들 전통 유통 강자들은 자가 차량이 아니더라도 CJ대한통운 등을 이용해 쿠팡보다 더 이른 시기에 전국 24시간내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고비용’ 로켓배송 지속 가능할까 = 쿠팡의 로켓배송이 택배업계에 친절하고 편리하다는 혁신을 몰고 온 것은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으로 고비용임에 따라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2017년까지 1만5000명을 채용할 예정인 자체 배송인력 ‘쿠팡맨’ 1인당 연봉은 4000만원이 넘는다. 또 소비자들이 가격경쟁력을 포기하면서까지 즉시 배송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을지도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쿠팡이 목표한 박리다매의 영업방식으로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121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경쟁업체 관계자는 “쿠팡의 배송시스템은 지나치게 돈이 많이 드는 구조임에 따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결국 상품가격으로 전가돼 소셜커머스의 최대 강점인 가격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20~30대 쿠팡맨 vs 40~60대 물류업 종사자…‘세대갈등’ = 쿠팡의 로켓배송 투자는 세대 간의 일자리 갈등을 야기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창업 5년 차를 맞는 신생 벤처가 이렇게 대규모 채용을 한 것은 이례적으로 쿠팡맨 대부분은 20~30대의 청년에 평균 연봉은 4000~4500만원(세전)에 달한다”며 “청년 고용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30대 쿠팡맨 고용이 늘수록 대다수가 40~60대 물류업 종사자들의 일거리는 줄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이 합법화되면 지금까지 법 테두리를 지키면서 힘들게 영업용 번호판을 구해 배송업을 해온 현 20~30대의 부모 세대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로켓배송을 소비자 편익 측면뿐만 아니라 형평성과 사회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쿠팡의 투자 자금 조달도 불안한 요인이 없지 않다. 쿠팡의 이번 투자 자금은 지난 6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투자 약속을 받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등이 주요 재원이다. 외부로부터 대규모 자금 유치를 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자금 지급 방식 등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이에 따라 극단적으로는 손 회장이 실적 등을 이유로 중도에 돈줄을 끊을 가능성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김범석 대표는 “손 회장으로부터의 영업 압박은 전혀 없으며 이번 투자 계획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