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회장의 '중국 주유소 습격사건' 주효

입력 2006-05-29 15:44 수정 2006-05-2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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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주) 대규모 합작 진출·SK네트웍스 지역별 공략 주효

중국 현지 주유소를 습격하라!

영화 '주유소 습격작전'의 패러디가 아니다. SK그룹내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SK(주)와 SK네트웍스가 '각각 따로' 중국 내 주유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국내에서는 SK(주)가 정유 공급만을 맡고 주유소사업은 SK네트웍스가 전담하여 진행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자칫 그룹내 계열사끼리 경쟁을 벌이는 구도로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마 속내를 들춰보면 조금 상황이 다르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최근 주창하고 있는 '따로 또 같이'경영의 한 일환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신규사업에 진출할 경우 "이왕 갈 거면 빨리 가자"라며 계열사간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는 SK의 생존코드인 "따로 또 같이"를 강조해왔다.

한마디로 SK의 중국 석유사업은 현지 석유유통시장을 시험무대로 삼아 각사의 강점과 역량을 최대한 살려 중국 주유소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가장 우월한 주유소 비즈니스 모델로 판명된 모델을 벤치마킹 한 다음 양 사간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에 밑 바닥엔 사업 실패에 따른 위기를 양 사가 나눌 수 있고 각 사간의 '적당한' 경쟁을 통해 사업 '조기 안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최 회장의 복안이 숨어 있다.

◆ SK는 합작을 통해 대규모로, 네트웍스는 지방정부를 통해 복합화로 승부

정유회사인 SK(주)와 종합무역상사인 SK네트웍스는 사업영역의 차이만큼 주유소 시장 공략 접근방식부터 다르다.

정유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보유한 SK(주)는 주유소사업도 철저하게 현지 정유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반해 SK네트웍스는 현지 지방정부와 오랫동안 네트워크를 쌓아오며 지방정부 경제개발의 일환에 편승해 중국 진출을 도모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주유소시장의 문은 SK네트웍스가 먼저 열었다.

지난 5월 현지 합자형태가 아닌 외국기업 최초의 독자 복합주유소 2개를 심양시에 열었다. SK네트웍스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진출하겠다는 얘기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중국현지의 유력업체인 CNPC(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와 심양도시가스공사를 모두 제치고 심양시 교통국으로부터 사업권을 획득한지 1년여만에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SK네트웍스의 주유소 오픈은 외국자본이 국가기간 산업에 해당하는 주유소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까다로운 규제를 하고 있는 중국에서 올린 성과여서 그 의미가 크다.

실제로 미국의 엑슨모빌, 영국의 쉘, 프랑스의 토탈 등 거대 글로벌 기업 들 조차도 100% 단독 법인이 아닌 중국의 현지정유사와 합작 법인형태로 진출한 것과 비교하면 SK네트웍스의 독자진출은 그 의미가 크다는 것이 동종업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SK네트웍스는 조만간 심양에 복합주유소 2개소 출범에 이어 금년내에 심양, 단동 지역에 10여개소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요녕성 및 동북 3성의 거점도시로 사업지역을 지속 확대하여 1차로 총 30여개소의 주유소를 운영하는 등 복합주유소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나 갈 계획이다.

사실 에너지 관련하여 중국 내 사업을 펼친다는 것은 거의 손님이 음식상을 차리는 주객이 전도돼야 가능한 일이다.

중국에선 에너지 사업에 관련하여 최근까지도 중국내 현지 법인과의 합작을 통해 가능했고, 그 지분도 외국 자본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못을 받을 정도로 철저했다.

글로벌 정유회사 전부가 시노팩(SINOPEC), 시노켐(SINOCHEM), CNPC 등과 합작을 통해 진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네트웍스의 중국내 주유소 진출은 중국의 지방정부를 뚫으면서 가능했다. 국내와 달리 대륙의 중국은 각 성이 마치 개별나라처럼 움직인다. 따라서 SK네트웍스는 자체 경제개발이 한창인 동북 3성을 집중 공략하여 이 가운데 심양에서 주유소를 세우게 된 것이다.

중국내 진출도 총 3단계로 나뉘어 진출할 정도로 철저하다. 우선 1단계는 금년말까지 동북 3성의 핵심도시인 심양, 단동 지역에서의 복합주유소 사업 진출을 통해 고객 DB 구축 등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을 위한 준비작업을 실시하게 된다.

2단계에서는 2008년까지 심양 환 경제권으로 사업지역을 확대하고 통합마케팅의 본격 추진을 위한 제반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사업영역도 도소매 등으로 넓혀 더욱 안정적인 사업여건을 갖추어 나가게 된다.

3단계에서는 2010년까지 동북 3성으로 사업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중국 현지의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회사를 실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SK(주) 주유소 최소 1000여개 진출 가능성 타진

SK(주)의 전략은 조금 다르다. SK(주)는 수십여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SK네트웍스와 달리 현지 정유사와 합작을 통해 최소 1000여개가 넘은 주유소를 세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주)는 중국 현지 주유소 사업은 물론 정유공장 건설을 위해 중국 내 인프라를 총동원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정유공장 건설은 세계의 유수의 글로벌 기업도 아직 시도하지 못한 프로젝트다.

우선 주유소 사업을 위해 중국국영석유회사인 시노켐과의 합작을 다시 추진중이다. SK㈜ 중국본부 백길현 상무는 "인천정유 인수 등으로 국내 생산량이 사실상 포화된 상태여서 중국 주유소 사업 진출은 필수적"이라며 "시노켐을 포함한 어떠한 기업등과도 합작에 대한 협상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김상국 SK중국본부장(상무)은 "확실한 일자를 밝힐 수 없지만 현재 주유소 사업이 현지 정유사의 기름을 받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력의 큰 차이를 낼 수 없기 때문에 머지 않은 시기에 중국 내 서남부해안쪽의 정유공장 부지를 사들여 집적 진출할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서로 다른 방식에 대한 접근에 대해 일부에선 '불필요한 경쟁야기'와 '시간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SK네트웍스측은 "중국은 대륙이라고 불리 울 정도로 광대하기 때문에 서로 동종의 사업을 진출한다고 해도 경쟁이 된다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보다는 "SK(주)가 합작을 통해 진출하는데 일정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SK네트웍스에서 독자진출을 통해 시간을 메울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SK(주)는 최소한 진출의 규모가 1000여개가 넘는데 반해 우리는 지방정부와 경제개발차원에서 주유소가 포함되는 일종의 옵션형태로 지원되기 때문에 양 사간의 불필요한 경쟁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룹에선 "최태원 회장이 양 사간의 자율 경쟁을 통해 양 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합할 수 있는 묘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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