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체험기]쌍용차 평택 공장… 2분여만에 쫓기듯 조립하려니 '아찔'

입력 2013-10-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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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m 길이 단일공정서 1시간에 ‘코란도C’ 24대 탄생

▲이투데이 산업부 서지희 기자가 지난달 26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에서 ‘코란도C’ 조립공정을 체험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yangdoo@
“저기 렉스턴 광고판이 있는 건물도 불이 났던 곳이죠.”

지난달 26일 일일 현장체험을 위해 경기도 평택에 자리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찾았다. 정문에 들어서자 동행한 홍보팀장이 저 멀리 공장들 사이로 보이는 ‘렉스턴W’ 광고판을 가리켰다. 따사로운 가을 햇볕 아래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 위풍당당하게 정렬돼 있는 수백대의 쌍용차를 보며 순간 2009년 이곳 평택공장의 과거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당시 뼈아픈 여름을 보냈던 쌍용차의 성지(聖地)는 4년이 지난 오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주어진 시간은 단 2분30초… “아…저기요 천천히”= 숙련된 작업자가 아닌 기자, 그것도 여자가 자동차 공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현장체험을 위해 조립1공장으로 향했다.

쌍용차의 대표작은 조립1공장을 꼭 거친다. 그만큼 회사 내 기여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과거 쌍용차의 전성기를 일궈냈던 ‘무쏘’와 ‘렉스턴’이 여기서 출고됐다. 요즘에는 ‘코란도C’가 이곳을 거친다.

“여자의 꼼꼼함을 보여주겠어.” 쌍용차 마크가 새겨진 베이지색 작업복을 입고 호기롭게 조립공장에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기대감과 자신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공장 내부는 그야말로 역동적이었다. 공장 가득 울려퍼지는 기계소리, 쉼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차체에 붙어 분주하게 움직이는 근로자들, 부품운반구를 싣고 바쁘게 움직이는 지게차….

마음을 다잡고 체험 파트인 의장라인에 들어섰다. 이곳은 자동차 실내를 감싸는 플라스틱 부품을 장착하는 곳이다. 기자가 투입(?)된 라인에는 13명의 근로자가 일한다. 각자 맡은 4~5개의 아이템을 차체에 조립하고 있었다. 앞유리와 뒷유리, 와이퍼 등 장착 작업도 다양했다.

라인에 들어선다. 놀란 토끼눈을 하고, 이리저리 꾸벅꾸벅 인사를 먼저 하고 조심스럽게 작업에 들어갔다. 물론 가장 간단한 작업인 것 같다.

펜더커버→볼트식 고정핀(스크류 리벳)→후드리어실→와이퍼 커버를 순서대로 장착하는 임무다. 한마디로 가벼운 플라스틱 부품을 가져다 꽂는 일이다. 바람 소음을 방지해주는 펜더커버를 장착할 때는 행여 플라스틱 부품이 손상이 갈까 바들바들 떨면서 했다. 1m를 훌쩍 넘는 고무 실은 정확하게 위치를 잡아 15개의 작은 구멍에 ‘똑딱이 단추’를 순서대로 끼워 맞췄다. 플라스틱 스크류 볼트를 꽂는 작업은 수월했다.

이어 섀시라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동차 보디에 타이어와 브레이크 등을 장착하는 작업이다. 자동차 차체가 옷걸이에 걸려 있듯 ‘행거’에 걸려서 이쪽으로 다가온다. 주어진 시간은 또 2분30초. 근로자들은 너트 러너(Nut Runner)를 통해 신속하게 볼트를 조이고 부품을 합체했다. 두 번 정도 과정을 본 후 너트러너를 잡았다. “앗, 생각보다 무겁네.”

행거에 걸린 차체가 오면 너트러너 밑에 ‘상승’이라고 쓰여 있는 발판을 밟은 후 왼쪽 버튼을 이용해 너트러너 높이를 조절한다.

첫 번째 시도는 높이 조절부터 실패다. 총 4개의 볼트를 조여야 하는데 겨우 1개 볼트를 성공하고 두 번째 볼트로 너트러너를 옮기려는 순간 다음 차량이 이동한다는 예고음이 울린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다. 이 모든 같은 작업이 6.5m의 한 공정거리에서 이뤄진다. 차체가 머무는 시간은 불과 2분30초. 하나를 조립하자마자 어느 틈엔가 다음 차가 와 있었다. 나도 모르게 당황한 말이 튀어나왔다. “아…. 저기요 천천히, 천천히….” 애당초 이곳은 쉴 틈이 없다.

묵묵하게 지켜보던 담당자가 웃으면서 다가온다. 그리고 이내 다음 작업을 지시한다. 컨베이어 벨트는 부분 중단이 없고 문제가 생긴다면 공장 내 컨베이어 벨트 전체가 중단된다. 기자의 실수 한 번이 조립1공장의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아찔한 마음에 뒷머리를 무겁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현장 근로자들이 ‘코란도C’의 앞유리 공정작업을 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yangdoo@
◇라인으로 돌아온 복직자들… 달라진 쌍용차= 지난 3월 쌍용차에 무급 휴직자 454명이 복귀했다. 회사를 위해 회사를 떠났던 이들을 다시 회사가 불러들인 것이다. 파업 사태 후 4년 만이다.

무급 휴직자 복귀 4개월이 지난 지금, 평택공장 조직은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회사 성장에 대한 희망은 복귀자, 근속자, 임원 가릴 것 없이 매한가지였다.

배복식 기술주임도 무급 휴직 후 지난 봄 복귀했다. 그는 휴직 당시를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회사에서 복직 연락을 받고 꿈인가 생시인가 했어요. 휴직기간 동안 생계를 유지해야 하잖아요. 막노동부터 닥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배 주임은 “잔업과 특근이 연이어 있어 처음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며 “더 이상의 아픔 없이 회사가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바람을 전했다.

섀시라인에 오피니언 리더로 근무하고 있는 이상엽 선임도 마찬가지. 그는 “아무리 숙련된 인원이라도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하다 보니 몇몇 복귀자들은 적응을 못해 힘들어했다. 지금은 서로 상대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승 조립1팀 차장은 “복직자들이 처음에는 3년 공백을 메우기 힘겨워 보였지만 지금은 예전의 70~80%가량 기술력을 회복했다. 마음가짐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근무 시작 시간인 8시30분이 다 돼서야 출근하던 근로자들은 이제 30분 전에 먼저 도착해 청소를 한다. 점심시간 10분 전에 자리를 떴던 근로자들은 이제 점심시간 알림이 울릴 때까지 손에서 작업을 놓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변화는 커다란 혁신으로 거듭나는 쌍용차의 단초가 됐다.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 “쌍용차의 조립기술력이 예전보다 더 향상됐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쌍용차는 내후년 소형SUV 신차 ‘X100’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경영정상화에 나설 계획이다. 생산성 향상은 물론 모든 라인의 2교대 근무도 기대하고 있다.

평택공장 하광용 생산본부장(전무)은 “X100이 출시되면 모든 라인을 주야 근무할 수 있는 생산량이 될 것 같고, 2015년에는 완전 정상화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3개 라인이 모두 주야 교대가 될 경우 생산성이 지금보다 30%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하 전무는 “아직까지 외부에 쌍용자동차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두 번 다시 아픔을 겪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고객에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내 삶이 가치 있는 삶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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