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짙어지는 애그플레이션 공포… 국제 곡물가격 폭등 뒤에 금융자본 있다

입력 2012-08-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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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량대란의 배후에는 금융자본이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헤지펀드와 투자은행 등 글로벌 금융자본이 투기에 나서면서 곡물값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대두와 옥수수, 설탕과 밀 등 주요 곡물의 가격 추이를 종합한 S&P GSCI 농산물지수는 지난 24일(현지시간) 511.83으로 2개월 만에 30% 이상 뛰었다.

옥수수 가격은 지난 10일 부셸당 8.49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옥수수 수출국인 미국의 가뭄과 폭염이 주원인이었으나 헤지펀드의 움직임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는 평가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에 따르면 지난 7월 헤지펀드 등 금융자본이 오는 12월에 옥수수를 부셸(옥수수 1부셸은 25.4kg)당 9~10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대거 사들여 콜옵션 거래량이 약 13배 늘었다.

S&P GSCI 농산물지수도 헤지펀드들이 대거 매도세에 나섰던 6월 중순에는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그 후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빠르게 상승했다.

금융자본이 글로벌 곡물시장에서 활개를 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난 2000년 12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상품선물현대화법(Commodity Futures Modernization Act of 2000)에 서명하고 난 뒤 금융자본이 글로벌 곡물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이 법은 장외시장과 역외시장 선물 거래 등에 대한 규제를 전면 완화해 석유와 곡물 등 상품 부문에 투기자본이 대규모로 유입될 수 있는 빌미를 줬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이전에 상품 트레이더들은 장외시장 거래 기록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보고해야 했지만 선물현대화법은 이런 의무를 면제해줬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농산물시장에 금융자본이 대량 유입된 계기가 됐다.

각국 중앙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에 고수익을 노린 헤지펀드들이 농산물 거래에 눈을 돌렸기 때문.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농산물 관련 선물 거래에서 실제 농산물 거래는 2%에 불과하고 98%는 헤지펀드 등 금융자본이라고 비판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분석에 따르면 2005년에 농산물 헤지펀드 투자자금은 약 35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70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현재 농산물 거래에 투자되는 헤지펀드 자금이 2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헤지펀드인 아마자로는 지난 2010년 봄부터 초여름까지 글로벌 코코아 연 생산의 7%에 해당하는 24만100t을 매입해 코코아 가격을 33년래 최고치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런 금융자본의 개입은 농산물시장을 왜곡할 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신흥국의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심지어 폭동 등 사회 불안을 고조시킨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밀 가격이 한 달 동안 60% 폭등했고 옥수수 등 다른 곡물 가격이 동반 상승한 것도 금융자본의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곡물 가격 폭등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모잠비크에 악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빵 가격을 30% 인상하기로 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와 폭동으로 300여 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한 것.

세계 4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당시 가뭄과 산불 피해에 수출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이 밀 가격 급등의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FAO는 “러시아 밀 수출 중단에도 전 세계는 충분한 밀 재고가 있었고 미국도 추수를 앞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등 금융자본의 투기행위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셈이다.

지난해 이집트와 알제리, 리비아 등을 휩쓸었던 ‘아랍의 봄’도 식품값 급등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이 독재자에 대한 반발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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