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 저축은행…금감원은 뭐했나

입력 2012-05-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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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온상 저축은행, 허수아비 금융당국 공식은 또 깨지지 않았다. 학습효과를 얻은 국민들은 나름대로 차분하게 대응했지만 금융감독원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했다. 세간에서는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이 한 통속 아니냐는 거센 비난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 검사인력이 수시로 관리·감독을 했는데도 판도라 상자처럼 비리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금감원의 직무유기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비리 종합세트였다. 1000억원이 넘는 불법대출을 받아 충남의 골프장과 리조트에 투자해 차명으로 소유했다. 가짜 회사를 만들어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회사인 CNK에 투자해 고객의 돈을 사금고처럼 유용했다.

김 회장은 지난 3일에는 회삿돈 203억원을 우리은행으로부터 인출해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했다. 여기서 점입가경인건 금융감독원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영업 외 시간이었기 때문에 포착하기 어렵웠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이 같은 해명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미래저축은행이 영업정지 후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예금 변동을 꼼꼼히 살폈다면 더 빨리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내려진 뒤에나 뱅크런(대량예금인출) 추이를 살핀다며 실시간으로 예금 현황을 들여다보는 등 법석을 떨었다. 이 같은 방식을 사전에 적용했다면 김 회장의 비위를 하나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김 회장은 지난해 164억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 역시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세 차례나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3월 정기 심사를 무사히 통과했다.

영업정지 후보 저축은행에 대한 전산망 장악도 한 발짝이 아닌 두 발짝이나 늦었다. 금감원은 지난 4일경 이들 저축은행에 대한 전산망을 장악했다. 사전 인출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사전 인출은 올 초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가 영업정지 사실을 사전에 누설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회장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밀항을 준비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관리·감독을 태만히 했던 금감원은 되레 자기 사람 심기에 바빴다.저축은행의 뿌리 깊은 비리에는 금융당국의 고위직이 저축은행을 퇴임 후 꽃보직으로 여기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감독원 시절부터 금융당국의 고위직들은 저축은행 사외이사나 감사 자리를 꿰찮는데 대부분 당국의 검사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파렴치범에게 서민 재산을 맡긴 결과 국민혈세는 줄줄 세어 나갔고 후순위채권과 주식투자자들은 금전적인 손해를 봤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때 금감원 직원 상당 수가 비리에 연루돼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번에도 저축은행과 금감원의 유착이 얼마나 드러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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