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 그 함정]지자체 파산위기 몰고 온 용인경전철 ‘최악 사업’ 불명예

입력 2012-05-0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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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인원 예측 3-4배 부풀려…공사 비리로 前 시장 구속

“시민들을 위해 전철을 운행한다고 하더니 도심을 가로짓는 흉물로 방치된 것이 벌써 2년 가까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용인 경전철은 시민의 발과 용인의 상징물이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흉물이 돼 있었다. 시민들은 경전철 하면‘세금먹는 하마’라고 눈살을 찌푸린다.

특히 용인 경전철 운행을 놓고 시와 사업자인 용인경전철(주)간 다툼 과정에서 공무원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재 이정문 전 용인시장이 구속되고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필 용인경전철(주) 대표이사 등 9명을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용인 경전철은 민간투자사업의 총체적인 부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표적 사업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수요예측 잘못으로 인한 예산 퍼주기 논란을 빚은 용인 경전철은 시와 사업시행자의 다툼으로 완공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운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주먹구구식 수요예측이 문제 = 꿈의 경전철로 용인시민의 가슴을 부풀게 했던 경전철 사업. 1조원을 넘게 투입했지만 개통 조차 못하고 방치되면서 시민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 이 사업은 빗나간 수요예측이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용인시가 사업시행자인 용인경전철(주)와 실시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시의회 의결을 받지 않는 등 최소한의 검증 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시작부터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의 수요예측이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는다.

실제 한국교통연구원은 당초 용인 경전철 1일 평균 탑승인원을 2011년 18만3000명, 2036년 22만8000명으로 예측했다. 이는 최근 경기개발연구원이 예측한 재검증 결과인 2011년 3만2000명, 2036년 7만2000명보다 3~4배 부풀려진 수치다.

예측이 부풀려지다 보니 최소운영수입보장(이하 MRG) 역시 높게 설정됐다. 최초 협약대로 용인 경전철을 개통 운영한다면 시가 사업시행자에게 보전해 줘야 하는 MRG는 79.9%다. 이는 연 평균 857억원으로 30년간 운영을 했을 때 2조5714억원에 달한다.

교통연구원은 통행량 등 국가교통자료가 구축되기 전 단순 지역 지표들을 종합해 분석하다 보니 크게 빗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통연구원의 분석 오류가 초래한 결과가 너무 엄청나다. MRG는 시민들의 혈세로 모두 메워야 한다.

전문가들은 단순 지표만 가지고 수요를 예측하는 것도 문제지만 추진 과정에서 검증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총체적 부실사업이라고 지적한다.

◇ 혈세 먹는 용인경전철 개통 강행 = 용인시와 용인경전철(주)가 그 동안 파행을 거듭해 온 경전철사업을 내년 4월 개통하기로 합의를 도출했다.

시는 건설투자비 등 용인경전철(주)에서 쏟아부은 51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보전해 주는 대신 최소운영수입보장(MRG)방식을 파기하고 사업내용을 재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시는 이번 협약으로 인해 운영은 민간사업자가 하지만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 됐다고 밝혔다.

보장수준도 총 민간투자비 상환금액과 운영비 합계액에 미달할 경우 부족액을 재정으로 보조해 재정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용인경전철 운영에 있어 최소운영수입보장(MRG)사업 방식 파기로 운영 손실에 따른 비용 부담을 최소화 했다는 입장이다.

김학규 용인시장이 지난달 19일 용인경전철(주)와 경전철 정상 운행을 위해 필요한 사업방식 변경을 통해 1조6000억원의 재정 지원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발표한 대목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잘못된 민간투자사업 하나로 재정 자립도가 우수했던 용인시 재정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경전철사업 지속 추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용인시의 재정자립도는 2009년 72.9%에 이어 지난해 69.4%로 여타 지자체에 비해 우수했지만 경전철 사태로 인해 올해는 8.6%포인트 하락한 60.8% 까지 낮아졌다.

따라서 향후 경전철 운행이 본격화 하면 할수록 공무원 봉급 조차 제때 지급할 수 있을지 의문되고 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양측의 양해각서 체결 내용이 사업시행사에게 유리하도록 사업구조가 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이는 양해각서에 연간 사업운영비 보전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즉, 용인시는 사업 시행자인 용인경전철(주)에게 해마다 투자자의 부채원리금 상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인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시가 용인경전철(주)와 맺은 이번 양해각서의 내용을 뜯어보면 사업시행사는 결코 손해보지 않은 장사를 한 셈”이라며 “시가 용인 경전철 건설비용 보전을 위해 5153억원에 달하는 지방채를 발행했다는 것은 결국 막대한 시민 혈세를 투입한 결과를 초래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최소운영수입보장(MRG)는?

민자사업의 고질적인 병패로 자주 등장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는 정부나 지자체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도로나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짓고, 운영단계에서 예측 수입보다 실제 수입이 낮았을 때 이를 보존해 주는 것을 말한다.

정부나 지자체의 이같은 과다예측 수요의 폐해로 인해 MRG는 지난 2009년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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