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100인에 ‘투자’를 묻다] 리먼사태 교훈 고수익 추구 옛말…보다 길고 안전하게

입력 2012-03-2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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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다양·부동산·해외펀드 시들…시장변동성 확대로 현금 선호 증대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해 발생한 미국 역사상 최대의 기업 파산 여파는 전세계를 강타했다. 그리고 국내 투자자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그리고 ‘비싼 과외’를 받은 투자자들은 ‘짧고 굵은’ 수익률이 아닌 ‘가늘고 긴’투자 성향으로 바뀌었다.

▲최근 투자자들은 기대 수익은 낮추고, 고위험 상품보다는 안정적인 상품, 집중투자보다는 분산투자를 선택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투자IQ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진일보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사진은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글로벌 위기를 겪은 투자자들은 욕심을 줄이고 대신 현명함을 택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수익률을 낮추되 안전형 상품에 중장기로 투자하는 패턴을 고수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에게 자산을 맡겼던 간접투자보다 스스로 직접 계좌를 설계하고 본인의 판단을 바탕으로 거래를 하는 직접투자를 선호하게 된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투자 구조가 복잡하거나 불확실한 수익구조의 상품보다는 확정적인 수익과 명확한 구조를 지닌 상품에 더 많은 눈길을 보낸다.

리먼사태 때 보다 더 조심=공격적 성향에서 위험 회피를 위한 보수적 성향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일정 수준의 현금자산을 보유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리먼사태 당시 리스크를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투자에 적극적인 자세를 이어간 투자자들이 결국 큰 낭패를 본 경험이 지금에 와서 학습효과로 자리잡은 셈이다.

김영호 하나은행 PB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큰 것을 고려해 현금자산에 대한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추세이다”라고 설명했다.

최준영 SC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수익보다 위험관리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목표수익률을 하향조정해 목표수익률 도달시 빠른 이익실현과 감내 수준을 초과하는 손실시 과감하게 손절매를 한다”고 말했다.

박승호 국민은행 방배 PB센터 팀장은 “리먼 때보다 더 조심하려고 하는 경향이 짙다”며 “리먼때는 괜찮아질 것이라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가 결국 일이 터졌는데 근래에 들어선 유럽이 계속 얘기 나오고 있으니깐 (예전처럼)알면서 당하긴 싫다는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효자상품’이었던 부동산과 해외펀드에 대한 애정도 많이 식었다. 두 가지 모두 환경적 요인에 쉽게 노출돼 수익이 일정치가 않은데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투자 대상이 다양해져 한 쪽에만 치우치는 투자를 삼가하게 된 것이다.

과거 해외펀드와 국내펀드의 비중이 7:3 수준이었으나 최근엔 3:7로 역전됐으며, 대안상품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지수연동예(ELD), 파생결합증권(DLS) 등이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박귀영 기업은행 PB는 “공모주펀드, 해외채권형 펀드 등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용경은 신한은행 일산PB센터 팀장은 “(과거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3개 자산에 대한 투자배분만 고민하면 됐지만 지금은 높은 수익보다는 중위험-중수익 추구가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세금을 아낄 것인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사항”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흐름도 파악해야 함과 동시에 선택의 폭도 넓어지니 투자자들의 지식 수준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길정도로 여러 방법을 통해 투자전략을 수립한다.

변수영 하나은행 여의도골드클럽PB팀장은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상품 선택이 까다로워진 반면 본인의 판단에 대해 책임의식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투자변수는 유로존 재정위기=그럼 투자전문가들이 생각하는 현재 가장 중요한 투자변수는 어떤 것일까.

투자자들은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를 가장 큰 투자 변수로 꼽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해 중순부터 살아나던 ‘리스크 온(Risk on: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유로존 재정위기로 얼어붙었다. 금융위기 당시의 학습이 이 같은 투자 행보를 결정짓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조가 모든 투자 계층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자산의 양극화로 자산 규모에 따른 투자 성향도 달라졌다. 예를 들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일 경우 주식시장 변동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는다. 도리어 지난해 8월 삼성전자의 주가가 주당 60만원대까지 떨어지자 70~80만원대에서는 공격적으로 바구니에 주어 담았다.

박승호 국민은행 PB는 “장기적으로 묶어둘 금융자산을 분리해 우량주 위주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도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유로존 재정위기와 전개 방향에 대해서는 모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주식형 펀드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다.

최근에는 국제유가 상승이 투자 변수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올해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필립 수틀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올 중반까지 30달러 정도 더 오를 수 있다”며 “유가 급등이나 유로존 붕괴 등의 경우에는 미국의 성장률이 1~2%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경기 회복 정체는 우리나라 기업 실적에도 악재다. 더욱이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7.5%로 잡은데 대해 경착륙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유용애 외환은행 PB는 “투자자들의 경제·금융 지식이 늘어 시장상황과 세계경제에 대한 관심이 크다”라고 말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 역시 투자 향방을 가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소비자물가 상승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단기성 금융상품의 금리는 상승한다. 안정형 투자자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 채권시장이나 예·적금으로 옮길 수 있다. 반면 경제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란 확신이 선다면 유동성 장세엔 이은 실적 랠리로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을 공산이 크다. 소비자물가란 하나의 지수로 파생되는 투자 갈림길은 천차만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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