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게 없네”…산업계, ‘재활용’ 움직임 활발

입력 2011-08-2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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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자동차·정유업계, 제조공정 과정서 나온 폐자원 적극 재활용

▲9월 1일 준공식을 갖는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제2고도화 설비는 저급 벙커C유를 고부가가치를 지닌 경질유인 휘발유, 경유 등으로 재처리할 수 있다.

‘친환경’ 키워드가 산업계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의 활발한 ‘재활용’ 움직임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철강, 자동차, 정유업계 등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굴뚝산업에서 재활용을 통해 친환경과 원가절감을 동시에 충족하고 있는 모습이다.

◇철강업계, 폐열 발전·용수 재활용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 철광석을 녹이는 과정에는 가스가 발생한다. 이를 부생가스라고 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 부생가스를 이용해 자가발전의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에서 사용한 전력량 중 70%는 조업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가스 기반의 자가발전과 자체 에너지 회수설비, LNG 복합 발전 설비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포스코는 부생가스로 만드는 전기의 제철소 전력 충당률을 현재 70% 선으로 유지하고 있으나, 이를 올해부터 8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소결로 공장에서는 공정상 많은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을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로 활용하면 그만큼의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게 된다. 포스코는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온수로 재생산해 지역난방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지역 5000여가구 주택단지와 포항공대 등 지역 곳곳에 폐열 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도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활용해 시간당 400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또 추가 발전 설비를 가동해 연간 총 350만M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고로제철소 전력 소모량의 약 75~80%에 이른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 정도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연간 113만톤 가량의 석탄이 소요된다.

철강업계는 산업용수를 적극 재활용해 큰 효과를 얻고 있다. 포스코는 제철공정에서 사용한 용수를 각 공장에 설치된 폐수 처리 설비에서 1차 처리한 후 98% 이상을 재활용한다. 재활용되지 않은 용수는 배수 종말 처리를 통해 2차 처리하고, 일부는 제철소 내 도로청소와 원료 야드의 먼지를 억제하는 데 사용한다.

현대제철은 지난 2002년 인천공장에 75억원을 투자해 연간 500만톤의 공업용수 정화설비를 갖추고 인천 가좌하수종말처리장에서 서해로 흘러가는 물을 재처리해 이용하고 있다. 500만톤의 물은 인천공장이 소재한 인천시 동구 구민(약 8만명) 전체가 6개월간 사용하고도 남는 양이다.

하수를 재활용한 덕분에 현대제철은 물론 지역 사회에도 큰 이득이 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연간 수십억원의 원가를 절감했고, 과거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인천시 중구·동구 일대 고지대 주민들은 상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또 바다로 흘려보내는 물이 없다보니 서해와 맞닿은 공장임에도 갯벌 오염을 유발하지 않는다.

당진공장의 산업용수도 올해부터 100% 재활용해 원가를 절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오폐수는 화학 반응조와 생물학 반응조 등을 통해 전처리를 실시한 다음 활성탄 흡착설비를 포함한 고도처리 시설을 통과하게 함으로써 재이용률을 극대화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용수 재처리로 폐자원 재활용= 공정 과정에서 부산물이 많이 발생하는 철강업계와 달리 자동차업계는 폐자원이 많지 않다. 자동차를 만들기에 딱 맞는 분량의 철강 강판을 가져오면 그 분량에 맞게 자동차 완성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산업용수 재처리를 통해 폐자원 재활용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울산, 아산, 전주, 광명, 광주 등 전국 주요 공장의 산업용수를 정화 처리를 통해 전면 재활용해 한 번 쓴 물을 여러 번 돌려쓰고 있다.

특히 현대차 아산공장은 공장 설립 계획 당시부터 폐수, 오수, 빗물 배수관로를 완전 분리 시공했다. 공정 내에서 발생되는 폐수와 공장 및 주거단지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전량 집수, 오·폐수 병합처리한 후 이 물을 다시 정화시켜 공업용수로 전량 재이용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아산공장은 하천으로 방류되는 수질오염물질이 전혀 없다.

한국GM 역시 보령 변속기 공장에서 폐냉각수를 재처리해 활용하고 있다. 보령공장은 공정 과정에서 활용했던 냉각수를 따로 분리한 뒤 정화시켜서 다시 냉각수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산업용수 재활용을 실천하고 있다.

보령공장은 5년 전에 비해 폐기물 배출이 40% 이상 줄었다. 자원재활용률은 800% 이상 늘었고, 연간 2억5000만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냈다. 이러한 노력으로 한국GM은 GM대우 시절이던 지난해 ‘자원재생순환 선도기업 대상’을 받기도 했다.

◇정유업계, 값싼 벙커C유를 고부가가치 휘발유로= 정유업계에선 최근 ‘고도화 설비’를 통한 재활용 움직임이 활발하다.

고도화 설비는 저급 원유를 정제할 때 불가피하게 대량 생산되는 저급 벙커 C유를 기반으로 휘발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일종의 재활용으로, 비유 하자면 누룽지를 갖고 따끈따끈한 흰 쌀밥을 다시 만드는 것과 같다.

최근엔 현대오일뱅크가 제2고도화 설비 준공식을 앞두고 주목을 받고 있다. 총 2조6000억원이 투자된 제2고도화 설비는 하루 5만2000배럴 규모의 중유를 휘발유와 경유 등으로 재처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윤활기유의 원료인 미전환잔사유(UCO)를 생산하는데도 유리하다. 저급의 벙커C유를 갖고 휘발유, 경유는 물론 윤활유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로써 현대오일뱅크는 총 11만6000배럴의 고도화 시설을 확보, 총 30.8%의 고도화 비율을 기록하게 됐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정유업계의 고도화 비율은 GS칼텍스 28.3%. 에쓰오일 25.4%, SK에너지 15.4% 수준이다.

하지만 이 비율은 향후 또 뒤바뀔 전망이다. GS칼텍스가 이에 뒤질세라 고도화 설비 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제3고도화 설비가 완공된 지 불과 1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올 1월, 1조1000억원이 투자되는 제4고도화 설비 건설을 결정한 것. 오는 2013년 제4고도화 설비가 준공되면 GS칼텍스의 고도화 비율은 35.3%에 이를 전망이다. 조 단위를 넘어가는 투자가 이뤄지지만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게 GS칼텍스 측의 설명이다.

석유화학업계도 재활용에 점차 눈을 뜨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폐타이어를 통해 고형연료를 추출하고 있다. 이 고형원료는 유연탄과 함께 여수 열병합발전소의 주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폐기물 재활용과 에너지 절감을 동시에 이룬 셈이다.

제일모직의 경우엔 폐기된 페트병을 원료로 PC모니터와 휴대폰 내장재 등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제일모직이 생산하는 친환경 PCM수지 1톤에는 폐기된 페트병 1만3400여개가 쓰여진다.

김정유·정백현 기자 thec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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