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S 편중 심화로 소비자 선택권 제한 지적

입력 2010-02-02 15:55 수정 2010-02-0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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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OS 적용한 아이패드, 국내 상륙 힘들어…IE만 고집하는 한국 인터넷환경 탓

마이크로소프트(MS)에 과도하게 편중된 국내 인터넷 환경이 소비자 선택권 마저 제한하는 사태를 야기시키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인 관심속에 '아이패드'가 출시됐지만 국내에는 연내 출시가 어렵다는 전망이 다수를 이룬다. 아이패드가 국내에서는 생소한 사파리OS(운영체제)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뱅킹, 온라인 상거래, 온라인 게임 등은 대부분 MS의 OS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애플이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아이패드를 출시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은 아이패드를 접할 길이 없어진다.

국내 SW업계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MS 편중으로 인한 소비자 선택권 박탈 및 기술 종속을 경고했던 것이 현실화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시류에 편승하는 한국사회의 잘못된 관행이 빚어낸 촌극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한국 인터넷환경은 아프리카보다도 후진적

아이패드가 수입된다 하더라도 현재로선 국내에서 가능한 서비스가 사실상 전무하다. 우선 금융권의 인터넷뱅킹이 불가능하다. 금융결제원은 MS의 액티브엑스를 설치해야만 금융거래가 가능토록 강제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각종 온라인 게임, 동영상 시청 등도 안 된다. 사실상 국내에서 아이패드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이 같은 기현상은 국내 OS시장을 MS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의 각종 자료를 살펴보면 MS의 점유율이 95% 이상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시장조사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러다보니 국내에서는 파이어폭스, 사파리, 크롬 같은 OS가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업체들도 MS의 OS를 제외한 다른 OS를 지원한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해외 상황은 정반대다. 넷 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세계 웹브라우저 점유율은 IE가 63.62%로 1위이며, 파이어폭스가 24.72%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사파리는 4.36%, 크롬은 3.93%, 오페라는 2.31% 등을 기록했다.

특히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IE의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하는 반면, 파이어폭스, 크롬, 사파리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IE의 보안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각국 정부에서도 MS의 독과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독일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파이어폭스가 45.6%를 기록, 44.4%에 머문 IE를 따돌리기도 했다. 파이어폭스가 이 시장에서 IE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SW업체 관계자는 “파이어폭스의 작년말 아시아 평균 점유율이 14%를 기록했지만 우리나라는 정확한 통계조차 집계가 안 될 정도로 미미하다”며 “한국의 MS 일변도는 전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현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보다도 더 심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IT강국으로 자부하는 한국이 사실은 인터넷후진국 또는 우물 안 개구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금융권, 웹 접근성 개선 움직임

국내에서도 이 같은 MS 편중 현상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웹표준 시민운동 단체인 오픈웹의 김기창 고려대 교수는 지난 2007년 1월 공인인증기관인 금융결제원에 비(非)MS 운영체제 및 웹 브라우저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지난해 9월 대법원이 항소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오픈웹의 패배로 결정 났다. 당시 김기창 교수는 “공인인증서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금결원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만을 독점 사용하는 것은 브라우저 시장의 경쟁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소송에서는 졌지만 이후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우선 정부에서 행정안전부의 통합 전자민원 창구(www.g4c.go.kr)와 정보공개시스템(www.open.go.kr) 등 사이트의 웹 접근선을 개선시켰다.

국민은행의 경우 차세대 인터넷 뱅킹 시스템에서 금융거래를 제외한 홈페이지, 금융섹션, 부동산, 고객행복센터 등의 서비스를 파이어폭스, 크롬, 사파리 웹브라우저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SW업체 한 임원은 “오픈웹의 소송을 계기로 정부와 금융권에서 웹 접근성을 개선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면서 “하지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여전히 훨씬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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