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업체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소식에 국내 관련주들도 그간의 상승 폭이 조정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17.01포인트(0.82%) 내린 3만8150.30에 마감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9.32포인트(1.61%) 하락한 4845.65에, 나스닥지수는 345.89포인트(2.23%) 빠진 1만5164.01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금리 인하 기대 일축과 함께 연말과 연초 지수 상승을 견인한 대형 기술 기업들 실적 전망이 예상을 밑돈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테마로 꼽히는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와 IT 업종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7% 이상 급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알파벳은 전날 분기 순이익과 매출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광고 매출이 예측보다 낮았다고 발표했다.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한 AMD는 전날 3.24% 낙폭을 보인 데 이어 이날도 2.54% 떨어졌다. 애플도 이날 1.94% 하락했다. 애플 전문가로 알려진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해 아이폰 출하량이 전년보다 15%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미 빅테크주 약세에 국내 AI 관련주도 주춤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SK하이닉스는 1.48%가 빠진 채 장을 마쳤다. 가온칩스와 태성은 각각 4.78%, 2.55% 내렸다. 제주반도체는 이날 6.56% 뛰었지만, 이번 주 들어 지속된 하락 폭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AI 소프트웨어 테마주인 이스트소프트는 이날 5.47% 하락했다. 플리토와 폴라리스오피스도 각각 4.19%, 1.21% 내렸다. 샌즈랩은 13.16% 급락했고 스코넥은 2.66% 떨어졌다. 1년여 만에 흑자로 돌아선 D램 사업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 정도가 1.24% 오르며 하방 압력을 상쇄했다.
AI를 향한 기대감을 꺾을 필요는 없지만, 이런 긍정적 시각은 이미 대표 종목들의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연초 후 소외됐던 종목에 수급이 분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AMD의 경우 시장 기대감이 너무 높아진 상태”라며 “지난해 3월 실적 발표 후 주가가 75%나 오른 점을 고려하면 차익 실현 매물은 충분히 출회 가능하다”고 봤다.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AI 기대감이 선반영된 AI 소프트웨어 종목들은 숨고르기 국면으로 온도차가 뚜렷하다”며 “일부 주도주는 단기과열로 봐도 무방하며, 대표 종목군 외 소외 S/W가 다수 존재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