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기업공개(IPO)에 나선 공모주들이 연이어 흥행하고, 상장일 수익률도 높아 올해 IPO 시장과 ‘대어급’ IPO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26일 차례로 상장한 우진엔텍, HB인베스트먼트, 현대힘스의 상장 첫날 수익률은 평균 232.35%였다. 지난해 10~12월 신규 상장한 32 종목(스팩 제외)의 상장일 평균 수익률은 84.84%였다.
24일 올해 ‘1호 공모주’로 상장한 원전 정비 전문업체 우진엔텍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0% 상승하며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달성했다. 우진엔텍은 이달 5~11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263.32대 1로 공모가를 5300원으로 확정했고, 16~17일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 통합 경쟁률 2707.18대 1을 기록하며 크게 흥행했다.
26일 상장한 조선기자재 현대힘스 역시 상장 첫날 따따블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힘스 역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680.82대 1, 최종경쟁률 1231.20대 1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25일 상장한 HB인베스트먼트는 상장 첫날 97.06% 상승 마감했다.
29일 상장을 앞둔 포스뱅크는 수요예측에서 839.03대 1, 최종 경쟁률 699.04대 1을 기록했다. 연초 IPO에 나선 기업들은 모두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며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공모가를 확정 지으며 흥행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1월 상장한 4개 기업 외에도 2월 상장을 앞둔 이닉스는 수요예측 결과 670.6대 1의 경쟁률로 공모가를 1만4000원으로, 스튜디오삼익은 966.9대 1로 공모가를 1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러한 공모주 흥행은 연초 증시 상황이 녹록지 않자 투자자들이 공모주로 투자자금을 돌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는 6.66%, 코스닥 지수는 3.38% 하락했다. 지난해 말 52조7537억 원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25일 기준 50조503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매매를 위해 계좌에 넣어둔 금액으로 증시 예비자금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연초 IPO 흥행이 ‘대어급’ 기업의 IPO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올해 상장 종목 수는 85개, 공모 규모는 4~6조 원으로 수준으로 전망돼 지난해 대비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IPO 시장 흥행 행진이 이어지면 지난해 상장을 철회한 컬리, 오아시스,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 등과 더불어 LG CNS, SK에코플랜트, HD현대오일뱅크, SSG닷컴, 카카오모빌리티, CJ올리브영, 11번가, 야놀자 등의 상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에이피알이 2월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며 올해 첫 ‘대어급’ 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HD현대의 자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 역시 지난달 13일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3조~4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도 국내외 대형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내 주관사 선정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플랜텍(구 포스코플랜텍)이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어급 종목들이 실제 IPO에 나선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전망치를 훨씬 뛰어넘는 공모 금액을 기록할 수 있어 주목해야 한다”며 “대어급 우량 종목이 IPO 시장에 재진입 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공모가 밴드가 매력적인 수준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폭발적으로 투자자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도한 관심이 과도한 고평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대어급 IPO에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오 연구원은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나타난 고평가 논란과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의 급격한 변화 등 여전히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대형 공모주 상장 절차가 시작되면 공모주 투자 자금의 블랙홀 역할을 해 공모주 시장의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