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원 대 몸값으로 인수합병(M&A)시장 ‘대어’로 꼽히는 롯데카드 매각이 올해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고금리와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업황 부진 속에서 원매자가 선뜻 입찰에 나서기 어려운 데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높은 인수 가격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조좌진 대표 취임 이후 롯데카드의 실적과 기업 가치가 크게 높아진 만큼 당장 매각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며 ‘상품성’ 향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한 후 2022년 엑시트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지난해 5월 롯데카드 자회사 로카모빌리티를 호주계 자산운용사 맥쿼리에 팔았지만, 롯데카드 매각은 진전이 없는 상태다.
M&A 대어로 점쳐진 롯데카드가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높은 몸값 때문이다. MBK파트너스가 당초 희망한 매각가는 약 3조 원이다. 2019년 MBK파트너스가 책정한 롯데카드의 기업가치(1조8000억 원)의 1.6배 수준이다. 지난해 MBK파트너스가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몸값 낮추기에 들어갔고 4000억 원이 빠졌음에도 여전히 시장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업황 악화로 M&A 시장에서 카드회사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한동안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롯데카드 인수 의지를 보였지만 증권사와 보험사로 눈을 돌린 지 오래다.
특히 올해 줄줄이 악재가 예고돼 있는 금융권 경영 환경도 변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 부채 등 부실화에 따른 충당금 적립, 수조원 대 상생금융까지 산적해 있어 M&A 전략이 보수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MBK파트너스가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상 사모펀드 기업은 4~5년 사이 엑시트를 단행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협상에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올해 매각보단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M&A 시장이 얼어붙으며 인수 의사를 보이는 곳이 마땅치 않아 상황을 보고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조 대표가 롯데카드를 이끈 뒤 실적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조 대표 취임 이후 당기순이익은 △2020년 1307억 원 △2021년 2413억 원 △2022년 2538억 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에는 3657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5.7% 증가했다.
롯데카드 베트남법인도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향후 흑자로 전환될 경우 자회사 쪼개기 매각으로 인수 가격이 2조 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롯데카드 베트남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020년 -169억 원 △2021년 -131억 원 △2022년 -101억 원 △2023년 3분기 -87억 원으로 적자폭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던 부동산 PF 잔액도 줄이고 있다. 카드사 중 부동산PF를 취급하는 카드사는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뿐이다. 과도한 부동산PF가 리스크로 작용해 롯데카드의 매각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롯데카드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PF 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 같은 해 말 대비 잔액이 약 30%가량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