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내 항체-약물접합체(ADC) 공장을 가동하며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선제적 설비 확대로 증가하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사업 영역을 확대해 미래성장동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틴세인트프란시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혁신을 뛰어넘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랜드볼룸은 8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제42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메인 트랙으로, 존슨앤드존슨이나 화이자, 암젠 등 글로벌 빅파마의 발표 무대다.
발표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존림 대표는 “ADC 공장을 2024년 말까지 가동할 것”이라며 “ADC 위탁개발(CDO) 사업도 시작하겠다”라고 밝혔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약 1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등 신규 모달리티가 급성장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약물의 접합(Conjugation) 영역부터 ADC 생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중장기적으로는 CGT 사업 진출과 AAV CDO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텍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해 신규 모달리티의 CDO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다.
존림 대표는 5공장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5공장의 가동 시기는 내년 9월에서 4월로 5개월 단축됐다. 고객사 신규 계약에 대응하고, 바이오의약품 생산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예상 공사기간은 총 24개월로, 같은 규모인 3공장보다 약 1년을 단축한 신기록을 쓸 전망이다.
5공장이 완공되면 전 세계 압도적 1위인 총 78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제2바이오캠퍼스를 완성하면 생산능력은 132만4000리터까지 늘어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35만7000㎡ 규모의 ‘제2바이오캠퍼스’ 건설을 본격화했다. 이를 통해 ‘초격차’를 실현한 생산 능력을 더욱 빠르게 확대할 예정이다.
제2바이오캠퍼스는 설계 단계에서 운영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동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아울러 설비 통제 시스템을 통합해 중앙화해 공장제어 및 데이터 관리 효율성도 높이고, 태양광 발전 시스템 등 탄소 저감 기술도 적용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에도 탄탄한 실적을 거뒀다. 연결기준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6211억 원, 영업이익은 7637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9%, 14% 증가했다.
연간 매출액은 3조601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연도인 2016년 매출(2946억 원)의 12배에 달하는 규모다.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관측한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 역대 최고치를 재차 경신하는 것이다.
연간 누적 수주금액은 2023년 3조486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었다. 2011년 창립 이후 수주 금액은 이미 120억 달러(15조8000억 원)를 넘어섰다.
존림 대표는 “120억 달러는 최소치이다. 예상 최대치는 180억 달러(23조7000억 원)”이라며 “일각에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지만, 우리의 성장은 2024년에도 견조하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장기적으로 생산능력·포트폴리오·지리적 거점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스피드 경쟁력과 우수한 운영 효율성 등 기존의 핵심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미국·유럽 등 주요지역의 CDMO 거점 확대 및 혁신기업 투자, 인수합병 등 인오가닉(inorganic) 전략도 적극적으로 실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