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다시 민간경제硏을 소환하는 까닭

입력 2023-1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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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경제 대안제시 활발했지만
민감한 이슈는 발표자제로 선회
대전환시대 싱크탱크역할 맡아야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의 대외 역할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소, SK경영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POSRI(포스코경영연구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소들이 정치경제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면 아래로 들어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표격인 삼성경제연구소는 창립 35주년이 되던 해인 2021년에 회사명을 ‘삼성글로벌리서치’로 바꿨다. LG경제연구소는 2022년 LG경영연구원, 이에 앞서 포스코경영연구소는 2015년 포스코경영연구원으로 사명을 바꾸었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민감해하는 경제전망과 분석, 경제성장률 전망 등을 가급적 피하고 그룹경영이나 일부 전문가들을 위한 리포트 쪽으로 연구방향을 돌리고 노출도 제한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재계의 총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의 쇠락과 일부 궤를 같이한다.

시대가 변했다. 이를 상징하는 해외뉴스가 며칠 전 전해졌다. 미국 금융 대기업 골드만삭스가 지정학적 정세와 기술을 분석하는 조직을 설립한다고 발표한 것. ‘골드만삭스 글로벌 인스티튜트(Goldman Sachs Global Institute)’라 이름 붙인 이 기구는 당장의 연구 주제를 지정학적 긴장과 인공지능(AI)의 등장에 따른 디스럽션(창조적 파괴)으로 잡았다고 한다. 골드만삭스 측은 세계가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 자문을 구하는 기업에 대응하는 하나의 조직이지 싱크탱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 회사는 새로운 조직을 설립해 회사가 갖고 있는 전문지식을 활용하고, 외부의 전문지식과 결합해 고객을 위한 수익성 있고 실행 가능한 거래에 대한 통찰력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그 목적을 설명했다. 다시 말해 고객과 지정학적 정세와 기술에 대해 대화하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골드만삭스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이미 ‘탁상 시뮬레이션’도 시범적으로 실시해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문제 등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그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내셜 타임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전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지정학적 위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면서 지정학적 정세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에 앞서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는 지난 2022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기업 자문을 제공하는 자문 부서를 신설했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컴퍼니를 모태로 하는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같은 연구·분석 부서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미국의 투자, 컨설팅기업들은 세계적인 싱크탱크들이 즐비한 가운데 굳이 이들과 경쟁하지 않고 고객중심의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환경이 거시적으로나 미시적으로나 격심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신뢰성 있는 지정학적 정보를 제공하는 싱크탱크 영역을 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국내의 경우는 몇 개의 국책 경제연구기관이 기본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을 뿐 민간경제연구소는 극히 내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질과 양에서 만족도가 낮은 편이다. 그 결과 국민들이 국제정세와 기술 트렌드 등을 편하게 접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 매우 좁아진 것이다. 지난 1990년대 민간경제연구소가 싱크탱크를 대변하던 전성기를 돌이켜보자. 다양한 경제이슈를 논의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장(場)이 얼마나 활발하게 펼쳐졌는가. 대혼란·대전환의 시대에 민간경제연구소를 수면 밖으로 다시 소환하자는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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