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이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Resilient and Inclusive Supply-chain Enhancement Partnership, 이하 라이즈) 기금 출범행사와 관련 국내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앞두고 불과 10분 전에 이를 취소해 논란이 되고 있다. 라이즈 기금이 핵심 광물의 최대 투자국인 중국과 갈등 요소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투데이를 포함한 국내 주요 언론사는 11~13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WB 연차총회 및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를 취재하고 있다.
이들 언론사는 11일(현지시각) 오후 6시 데메트리오스 파파타나시우 WB 채굴 담당 글로벌 책임자(국장급)와 라이즈 기금 출범 행사와 관련한 인터뷰를 하기로 사전 약속이 돼 있었다. 그러나 WB 측은 인터뷰 시간을 불과 10분 남겨놓고 인터뷰가 어렵다고 통보해 왔다.
우리 정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일본의 한 언론사에서 인터뷰 예정 시간 전에 일본, 영국, 한국, 캐나다, 이탈리아 5개국이 참여한 라이즈 기금이 출범했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목적이라고 해서 라이즈 기금과 중국의 갈등을 부각했다.
이에 WB가 뒤집혔고 라이즈 기금 담당 WB 부총재가 파파타나시우 국장에게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중단토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는 박일영 WB 상임이사를 통해 기존 약속대로 인터뷰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으나 인터뷰는 결국 취소됐다. WB 측은 광츠 첸 사회기반시설 부총재 명의로 언론사들에 사과하는 공문을 보냈다.
첸 부총재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금일 오후 언론사 행사에 참석할 수 없음을 알려드리게 돼 유감"이라며 "WB와 일본의 라이즈 기금 출범에 대해 앞으로 이 문제와 다른 주제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할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라이즈 기금 출범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원하는 선진국들과 광물채굴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 성장기회를 얻으려는 개발도상국이 파트너십을 맺고 서로 협력한다는데 기본 바탕을 두고 있다. 이는 기존 아프리카 등에 대거 투자를 통해 광물을 채굴하고 있는 중국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 관계자는 "라이즈 기금이 앞으로 어떻게 운영이 될 것인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데 중국과 갈등 구조로 비치는 것을 WB 측에서 난감해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