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연구·개발(R&D) 노하우를 쌓은 전통 제약사들의 상호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통 제약사끼리의 신약 공동연구가 국내 제약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기존에는 오랜 업력을 가진 전통 제약사와 신약 R&D 기술력을 지닌 바이오기업 간의 협력이 주를 이뤘지만, 전통 제약사들도 그간 R&D 노하우를 확보하면서 제약사 간 신약 개발 공동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동아에스티와 GC녹십자는 면역질환 중 만성 염증성질환을 표적하는 신약을 함께 개발한다. GC녹십자가 선정된 타깃에 작용할 수 있는 물질을 제작하고 특정 장기에 전달 가능할 수 있도록 최적화 과정을 수행하면, 동아에스티는 이 물질을 세포 수준에서 작용기전을 확인하고 동물모델에서 유효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이렇게 도출된 물질은 후기 개발 과정도 양사가 협력해서 진행한다. 권리 역시 함께 소유한다.
동아에스티는 HK이노엔과도 손잡았다. HK이노엔이 개발하고 있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저해제에 동아에스티의 단백질 분해 기반기술을 접목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타깃하는 ‘EGFR 분해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양사는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 R&D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HK이노엔의 알로스테릭 EGFR 저해제 후보물질 도출 연구는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신약 R&D 생태계 구축 연구’ 지원 과제에 선정된 바 있다. 동아에스티는 2017년부터 자체 저해제를 통한 프로탁(PROTAC)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반기술 구축과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 도출에 힘을 쏟았다.
삼진제약은 대화제약과 ‘신규 항혈전제 개발’ 공동연구에 나섰다. 삼진제약 인 실리코(in silico)팀의 인공지능 신약개발 역량과 저분자화합물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화제약이 선정한 타깃에 대한 후보물질을 발굴 및 최적화하고, 대화제약은 후보물질에 대한 약효 및 독성시험을 맡는다.
국내 최초로 고용량 항혈전제 ‘플래리스 300mg’를 출시한 경험을 보유한 삼진제약은 기존 항혈전제보다 효능은 뛰어나고 부작용은 개선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경쟁력 확대를 위해 3개 제약사가 뭉친 사례도 있다. 피부과·비뇨기과에 강점이 있는 동구바이오제약은 안과 처방 상위사 국제약품 및 중추신경계(CNS) 처방 상위사 한국파마와 혁신신약의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각 사의 마케팅 노하우와 영업 역량도 공유·활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