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서비스 무료...지역 사회 기부는 필수적
아버지가 병원 응급실도 자주 가시고 집에선 많이 위태로웠는데 여기 오시니 웃으시네요.
런던 남부 시드넘(Sydenham)에 위치한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는 현대 호스피스의 시초로 1967년 시슬리 손더스에 의해 설립됐다. 런던 남부의 브롬리, 크로이던, 램버스, 루이섬, 서더크 등 5개 지역이 관할이다. 에디 씨와 같이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전체 환자들의 48%는 말기암 환자다.
생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이들이 찾는 곳이었음에도 분위기는 결코 어둡지 않았다. 이날 호스피스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에서는 호스피스를 방문한 이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쪽 벽은 통창으로 돼 있어 바로 앞 정원의 녹음을 볼 수 있었다.
카페테리아 한켠에는 환자들을 위해 제작된 죽음과 관련한 다양한 유인물들이 비치돼 있었다. 처음 호스피스를 방문한 환자에게는 두 권의 안내 책자가 주어진다. 각각의 제목은 ‘성크리스토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와 ‘앞으로의 일 준비하기: 당신이 알아야 할 사실들’이다.
해당 책자들은 죽음이 가까워 올수록 겪을 수 있는 신체·정신적 변화를 알려준다. 신체 혹은 인지기능을 잃었을 때 의사결정권을 누구에게 양도할 수 있는지 안내하기도 한다. 환자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는 ‘죽음 그 이후’라는 소책자가 주어지는데, 해당 책자들은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 수 있도록 돕는다.
이곳이 특별한 점은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의 모든 서비스가 무료라는 것이다. 호스피스는 운영자금의 약 42%를 영국 국영의료서비스(NHS)로부터 지원받고 나머지는 기부를 통해 충당한다.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매년 최소 1500만 파운드가 모금돼야 한다.
이처럼 기부가 중요한 탓에 호스피스 곳곳에는 모금을 촉진하기 위한 시설 등이 설치돼 있다. 벽면에는 ‘기부 마라톤’ 참여를 촉진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으며, 구매대금이 호스피스에 기부되는 카드 판매대도 마련돼 있었다. 호스피스의 아만다 마요 간호 지도자는 “사람들이 필요 없는 물건을 기증하고 이를 되팔아서 수익금을 마련하는 중고 거래 상점도 23곳 운영하고 있다”며 “임종을 맞는 이들이 재산이나 집을 호스피스 앞으로 남겨서 들어오는 기부금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가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환자들의 만족과 안정이다. 호스피스는 우선 환자들이 여생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운동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마요 관리자는 “환자들이 오면 실내체육관에서 운동 기능을 확인한다”며 “남은 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 신체·운동능력이 어떤 상태인지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또 환자가 ‘어디서 죽고 싶은지’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한다. 마요 지도자는 “죽음을 집에서 맞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관리해준다”며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게끔 유도를 하지만, 의학적 돌봄이 필요해 집에서 관리가 어려운 경우는 여기서 돌본다”고 설명했다. 자발적 의사에 따라, 호스피스를 찾는 환자 중 70%는 집에서 임종을 맞는다고 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