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가 돼야 시험을 보죠"...외국인 근로자 '한국어 점수' 골치

입력 2023-09-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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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3.5만 명까지 확대…TOPIK 2급 이상 요건 달려
시험 응시 자체도 쉽지 않아…불법 시험 발생 우려도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 내 시장이 외국인 근로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투데이 DB)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 내 시장이 외국인 근로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투데이 DB)

#한국에 사는 한 외국인은 최근 TOPIK 시험에 응시하려 했지만 홈페이지에 수만 명의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서버가 마비돼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시험 여건은 여전히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아쉬워 했다.

정부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장기체류 규모를 확대한다고 나섰지만 TOPIK 점수를 의무화하면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고, 농촌은 근로자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무부는 최근 '경제성장을 이끄는 비자 킬러규제 혁파방안'을 발표하고 외국인 숙련기능인력(E-7-4) 전환 규모를 기존 5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숙련기능인력은 고용허가(E-9·H-2)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일정 요건을 채우면 장기취업비자로 전환해주는 제도다. 사실상 영주권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국내에 오래 체류하면서 숙련된 인력을 계속해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전환 규모를 확대하면서 요건도 간소화한다. 5년 이상이었던 체류 기간은 4년으로 단축하고, 전환 직전 연도와 그 전 연도의 평균 연봉 기준도 260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내렸다. 다만 숙련기능인력 전환 후 연봉 2600만 원 이상으로 고용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하지만 한국어 능력 기준은 보다 강화된다. TOPIK 점수는 지금까지 가점 사안이었지만 이번 방안에 따라 2급 이상의 성적이 의무적으로 요구된다.

TOPIK은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 및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지난 1997년부터 시행된 한국어 시험이다. 초급인 1·2 등급과 중·상등급인 3~6급으로 나눠 응시자의 한국어 실력을 평가한다. 시험은 쓰기, 읽기, 듣기 세 영역으로 구성되며 고급 단계는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관한 텍스트를 이해하고 답할 수 있을 정도의 배경 지식과 언어 능력을 필요로 한다. 말하기 시험은 지난해 처음 도입돼 필요한 사람에 한해 따로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장기체류를 위해 필요한 등급은 2급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국어 수준으로 평가된다. 오래 체류한 외국인에게는 크게 어려운 수준이 아닌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점수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장의 평가다.

특히 농촌의 경우 시험을 준비하고 응시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올해 시험은 11월이 마지막으로 숙련기능인력 전환을 위해서는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도 얼마 없는데다 시험장도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농촌 인력이 밀집된 전남의 시험장이 2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TOPIK 시험은 81개 지역에서 총 35만6661명이 응시했다.

농촌의 외국인 근로자가 목표한 TOPIK 점수를 얻게 되면 이들이 농촌을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숙련기능인력제도 자체가 낯설고, 조건이 바뀌면서 농가와 근로자 사이에 혼란도 생기고 있다"며 "TOPIK 성적을 의무화하게 되면 근로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TOPIK 점수를 취득한 뒤 고용허가 비자가 아닌 다른 비자를 얻어 농촌을 벗어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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