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마약은 출구가 없다

입력 2023-06-26 06:00 수정 2023-06-2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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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 디지털뉴스부장

한국, 청정국 지위 오래전 상실
일상속 청소년 무분별하게 노출
교육과정서 폐해 시급히 다뤄야

오늘(26일)은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이다. 1987년 국제연합(UN)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마약 남용이 없는 국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지정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도 2017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매년 6월 26일을 법정 기념일로 정했다. 당시 ‘마약청정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서 굳이 법정 기념일을 정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필자의 오판이었다. 유엔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 지위를 부여하는데, 한국은 2016년에 이미 이 수치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한국을 상당 기간 마약 청정국으로 인식해왔다. 마약에 빠진 사람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른 사회적 ‘막장’에 속하는 이들이나 재벌 혹은 문화예술계 사람들 같은 특수한 계층이라는 막연한 오해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마약은 그저 남의 이야기거나, 영화 속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것이다. 그런데 10대 청소년이 학교에서, 20대 초반 청년이 군대에서 마약을 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공부방 용도로 오피스텔을 빌려놓고 2억 원대 마약을 유통한 고교생이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우리 젊은이들이, 그것도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할 청소년까지 단순 투약을 넘어 유통·판매책으로 활동하다 적발됐다는 소식은 가슴을 서늘케 한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일단 마약을 구하는 것이 너무 쉬워졌다. 텔레그램, 트위터 등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만 깔면 스마트폰으로 소매상들을 곧바로 접할 수 있다고 한다. 가격도 떨어졌단다. 대마 1회 분량이 2만~3만 원, 필로폰 1회 투약분이 5만 원꼴이라고 한다. 치맥 할 돈으로 마약을 할 수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이렇게 쉽고 싸게 마약을 구할 수 있다 보니 마약에 노출되는 연령대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올해 마약을 투약하다 가족 신고로 잡힌 한 여중생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판매자와 접촉하고,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 놓은 뒤 구매자가 찾아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40만 원어치를 샀다. 왜 마약을 구매했냐는 질문에 이 여중생은 “호기심 때문에”라고 답했다. 중학생이 호기심 때문에 마약 구매를 시도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시도가 실제 매수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은 마약이 일상 속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따져볼 문제가 있다. 어쩌다 중학생이 마약에 호기심을 갖게 됐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당장 인터넷에 마약이나, 마약과 관련된 은어를 검색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마약과 관련한 온라인 콘텐츠 단속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필자가 직접 온라인상에 마약 관련 검색을 시작하자마자 커뮤니티는 물론 각종 SNS와 동영상 콘텐츠에서 마약과 관련한 경험담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약을 절대 하지 말라’는 글 제목과 다르게 “마약을 하면 우주에 떠 있는 기분이다” “계속 웃음이 나온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등의 묘사로 자신의 마약 경험을 상세히 설명한다. 일부에서는 실제 마약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단서들도 제시했다. 한 동영상 콘텐츠에서는 필로폰을 정제하는 방법까지 남겨져 있었다. 생각보다 마약은 뚜렷한 실체로 가까이 있었다.

정부도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더 능동적이어야 한다. 그동안 마약은 경찰이나 검찰이 범죄 차원에서 접근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단속과 처벌만으로 마약을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기에는 늦었다.

‘마약 청정국’이었다는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 스며든 마약을 인정하고, 가정과 교육기관에서도 나서야 한다. 마약을 ‘놀이문화’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는 현 세태에서 마약이 무엇인지, 마약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쁜지, 마약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큰 지 ‘적나라한’ 교육이 절실하다. 우리 아이들을 마약이라는 출구 없는 지옥에서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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