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왕세자, 석유 의존 탈피 위해 적극 투자
관광산업 육성 목표 뒤에 이미지 세탁 목적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스포츠 거래에 투입한 금액이 15억 달러(약 2조 원)가 넘는다.
사우디 축구클럽 ‘알 힐랄’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를 영입하기 위해 연간 4억 달러(약 5264억 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사우디의 스포츠 스타 영입 명단 중 역대 최고 금액이다. 앞서 지난해 말 사우디의 또 다른 축구 구단인 알 나스르는 연봉 2억 달러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전격 영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거래 배경에 사우디 실세로 통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지위로 거둬들이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경제를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탈석유 정책 일환으로 2030년 관광산업의 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10%까지 확대하고, 연간 1억 명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실제로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은 기관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클럽인 뉴캐슬유나이티드FC를 3억 파운드를 웃도는 가격에 인수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미국 프로골프(PGA) 대항마 격인 리브(LIV) 골프인비테이셔널을 출범하는 데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댔다. 현재 LIV 골프에는 필 미켈슨과 더스틴 존슨 등 유명 선수들이 이적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에는 올렉산드르 우식(우크라이나)과 앤서니 조슈아(영국)의 복싱 헤비급 타이틀전을 개최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경제 다각화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 인권 탄압, 심각한 여성 차별 등의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스포츠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맨 내전 개입과 2018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로 얻은 부정적 이미지를 잊게 하기 위한 것이란 이야기다.
벨기에 본부를 둔 사우디 인권단체 ALQST 소속 활동가인 리나 알하틀룰은 빈 살만 왕세자의 소프트 파워 청사진에 대해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서 기쁘지만, 사우디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면서 “문화, 스포츠, 예술을 활용해 왕세자의 명성을 회복하고, 서방 투자자와 방문객을 유지하는 전략이 일단 성과를 내면 우리가 이제까지 지적해왔던 문제들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