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에너지 정책 기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CF100(Carbon Free 100%)을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의 역할을 중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 7월에 발표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 따르면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의 재정립’과 ‘에너지 안보 확립’ 등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했고, 원전 비중을 2021년 27.4%에서 2030년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목표로 세웠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전력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했고, 여름철과 겨울철 최대 전력량 역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에서 원전을 통한 안정적인 기저 에너지원 확보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저탄소 에너지 기조’라는 전 세계적 흐름에 맞춰 석탄발전 등 화학 발전소 비중을 낮춰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대한민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원전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 넷제로 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원전의 중요성을 방증한 바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 또한 원전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 믹스에서 원전의 역할만큼 중요한 것이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이념의 잣대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당연한 흐름임을 이해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저탄소 관점에서도 중요하지만, 산업 통상의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정부와 보수정당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우리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수출경쟁력이 중요한 대한민국에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주목을 받았던 RE100을 그 예로 꼽을 수 있다. 애플 사는 2030년까지 제품 공급망에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애플 협력업체에 RE100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삼성 계열사도 지난해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볼보, BMW, 다임러벤츠 등 많은 기업이 RE100을 이행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협력업체에 공급망 계약을 이미 취소했거나 앞으로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전 세계 많은 기업이 RE100에 참여하며, 탄소를 무역장벽에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있는 와중에 대한민국은 신재생에너지가 지형적으로 불리하다고 주장해 봐야 이들이 대한민국의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2022년 세계 에너지 통계 분석에 따르면 발전원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한국이 2021년 기준 약 6.7%다. 주요 국가(영국 37.7%, 독일 37.2%, 이탈리아 24.9%, 미국 14.2%, 일본 12.8%, 캐나다 7.8%)와 비교해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 기업들이 현실적 여건으로 RE100에 참여하지 못해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여당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가 따로 있지 않다. 정치권에서 더는 에너지원을 갈라치기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