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호실적 릴레이 속에서 영업손실을 낸 회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의 수익성 양극화가 점차 심화하는 가운데 적자 꼬리표를 떼기 위한 돌파구 마련을 고심 중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상장 제약사 가운데 제일약품과 일동제약, SK바이오팜 등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매출 5000억 원이 넘는 굵직한 회사인 제일약품과 일동제약은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제일약품이 105억 원에서 135억 원, 일동제약이 555억 원에서 735억 원으로 손실 규모도 늘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수익성 측면에서 깊은 아쉬움을 남겼다. 제일약품은 7222억 원의 매출을 올려 7000억 원대 외형을 굳혔고, 일동제약은 6377억 원으로 두자릿수 성장하면서 6000억 원대 제약사로 올라섰다.
SK바이오팜은 영업손실 1311억 원으로 흑자전환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도 4186억 원에서 2461억 원으로 급감했다.
제일약품은 상품 위주의 외형 성장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상품이란 다른 회사에서 들여온 제품을 일컫는다. 회사는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을 주로 도입,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일약품의 상품 매출 비중은 약 80%(5721억 원)에 달한다. 다른 제약사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의존도가 높다.
제일약품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체질개선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던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수익성 높은 자체 개발 신약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약 R&D를 위해 설립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자스타프라잔(개발코드명 JP-1366)’의 막바지 임상을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가 목표다. 자스타프라잔은 최근 중국 제약사에 16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되면서 계약금(200억 원)과 기술료 유입도 기대된다.
일동제약은 연간 R&D 투자를 1000억 원대로 확대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2019년 574억 원이던 연구개발비는 2021년 1091억 원, 2022년 1244억 원으로 증가했다. 한 해 매출의 약 20%에 달하는 규모로, 업계 최고 수준의 비중이다.
거침없는 투자에 힘입어 신약 파이프라인은 증가했다. 현재 당뇨병 치료제 IDG16177,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ID19031166,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ID120040002, 안구건조증 치료제 ID1104103995, 파킨슨병 치료제 ID119010338, 간경변 치료제 ID119050134 등을 개발하고 있다. 독일에서 임상 중인 IDG16177은 연내 임상 2상에 들어갈 예정이며, ID119031166과 ID120040002은 각각 미국과 국내에서 임상 1상 중이다. 또한, 코로나19 먹는 약의 국내 품목허가도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에 명운이 달려 있다. ‘카리스바메이트’ 등 개발 중인 다른 신약 파이프라인을 중장기전으로 끌고 가야 하는 만큼 엑스코프리는 회사를 먹여 살릴 키플레이어다.
엑스코프리는 분기별 매출이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매출 1692억 원을 기록, 전년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그만큼 마케팅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3385억 원을 판관비로 지출했다.
올해 미국 매출 목표치는 2700억~3000억 원이다. 이를 통해 4분기까지 분기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