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두달 연속 세계 9위 머물러
외환보유액이 넉달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급락한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급반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달러화 약세폭과 견줘보면 외환보유액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9월말 국민연금공단과 체결한 외환스왑(FX스왑)이 집행되고 있는데다, 외화 예수금 감소에 따른 외화 지준 축소 영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규모는 두달 연속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말 외환보유액은 전월말보다 20억9000만달러(0.5%) 증가한 416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7월(+3억3000만달러, +0.1%) 이후 처음으로 증가한 것이며, 지난해 10월(+52억4000만달러, +1.1%) 증가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이는 우선 글로벌 달러화가 약세를 기록한데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대상 달러화지수(DXY)인 달러인덱스는 11월말기준 105.95를 기록해 전월말(111.53)대비 5.0% 급락했다(한국시간 기준으로는 3.5% 하락한 106.82). 이는 2010년 9월(-5.4%) 이후 12년2개월만에 최대 하락폭이다(한국시간 기준으로는 2020년 7월 -4.6% 이후 최대 낙폭).
같은 기간 주요통화인 엔화(+6.4%)와 호주달러화(+4.4%), 유로화(+3.7%), 파운드화(+3.0%)는 절상됐다. 원·달러 환율 또한 전월말보다 105.5원(7.4%) 급락한 1318.80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3월(-150.5원) 이후 13년8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변동률 기준으로는 2016년 3월 -7.5% 이후 최대 낙폭). 11월 평균 원·달러 환율 역시 62.56원(4.4%) 떨어진 1364.10원을 보였다. 이 또한 2009년 5월(-83.19원, -6.2%) 이래 최대 낙폭이다.
다만, 달러화 약세에 비해 외환보유액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과거 달러화지수가 1% 변동할 경우 외환보유액은 통상 20억달러를 전후로 변동해 왔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선, 9월23일 한은 및 기획재정부와 국민연금이 올 연말까지 100억달러 한도로 외환스왑을 체결한 후 관련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을 포함한 외환보유액과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원화간 스왑계약을 체결했으며, 올 연말까지 6개월 또는 12개월물로 외환스왑거래를 약정했다. 만기연장(롤오버)은 없으며, 올 연말 12개월물로 거래를 체결할 경우 최대 내년말까지 외환스왑거래가 유효하다. 외환스왑 집행규모만큼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이 경우 한은에 예치하는 외화지준액이 감소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게 된다.
김상훈 한은 외환회계팀장은 “미 달러화가 평가절하됐다.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환산액 증가가 외환보유액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 됐다”며 “다만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자금이 계속 나가고 있는데다,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도 일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환보유액 감소에 따른 우려와 관련해) 지금으로 봐서는 한숨 돌렸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예상해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1위는 3조524억달러를 보인 중국이 차지했다. 이어 일본(1조1946억달러), 스위스(8833억달러), 대만(5428억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홍콩(4172억달러)가 우리보다 한단계 위인 8위를, 브라질(3255억달러)이 우리보다 한단계 아래인 10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