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사이 준비금 ‘돌려막기’ 의혹도
가상화폐(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이 이더리움 32만 개를 다른 거래소에 잘못 이체했다가 다시 회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미 FTX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코인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더 짙어지게 됐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크립토닷컴은 이날 실수로 비슷한 규모의 게이트아이오에 32만 개 이더리움을 송금했다가 다시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크립토닷컴이 보유했던 이더리움 전체 물량의 80%가 넘는 것으로 약 4억 달러(약 5276억 원)에 달한다.
크리스 마잘렉 크립토닷컴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이더리움 32만 개를 오프라인 지갑의 일종인 새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 주소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화이트 리스트에 등록된 외부 교환 주소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크립토닷컴 측은 이더리움이 송금된 곳은 게이트아이오(Gate.io)에 만들어진 크립토닷컴의 기업계정이라면서, 일일 인출 한도를 높인 후 다음날 송금됐던 이더리움 전체 물량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객 자금은 모두 ‘콜드 스토리지’에 보관돼 있고 ‘핫 월렛(hot wallet)’은 기업 자산 전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거래소 고객들의 자금이 이번 송금에 포함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핫 월렛은 온라인에 연결돼 바로 출금이 가능한 지갑이며, 콜드 스토리지는 오프라인에 존재해 바로 출금이 안 되는 저장소다.
다만 이런 해명에도 이번 해프닝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 거래소들이 고객 자금 인출에 대비한 준비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해 서로 부족한 자금을 빌려주며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게이트아이오 설립자인 린 한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크립토닷컴의 송금 이틀 전에 준비금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크립토닷컴의 송금 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계정 고유 번호를 잘못 입력해 호주 멜버른의 한 여성에게 실수로 1050만 호주달러어치를 송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