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세계 인플레이션율 하반기 5%대 하락 전망
미국·유럽 등 중앙은행은 추가 긴축 시사
“금리 낮춰 다시 물가 오르는 실수 하지 않을 것”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석유부터 구리, 밀에 이르기까지 주요 원자재 가격이 최근 몇 주간 하락하면서 공산품이나 식품 비용 압박이 줄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는 6월 초 이후 약 20% 하락했고 유엔 7월 식량가격지수는 약 9% 하락하면서 2008년 이후 최고 하락 폭을 기록했다. 금속과 목재, 메모리칩 가격 역시 고점에서 내려온 상태다. 이들 상품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공급망 불안에 지속해서 상승했지만, 현재는 일부 진정 조짐을 보인다.
이 같은 이유로 JP모건체이스는 올해 하반기 전 세계 소비자물가가 상승률이 5.1%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현재 8%를 웃도는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상승률이 내년 1분기에는 6% 전후로 내리고 내년 말엔 2%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브루스 카스만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열풍이 무너지고 있다”고 평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진정되거나 긴축이 조만간 종료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전쟁과 감염병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임대료와 노동 집약적 서비스 비용은 빡빡한 고용 환경 등으로 인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정점 도달과 무관하게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등은 9월 금리 인상을 시사한 상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하락은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부족하다”고 밝히면서 금리를 다시 한번 7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 뒀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못했던 1970년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율을 지킬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준은 결국 금리를 5%까지 올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럽의 경우 에너지 공급 문제가 심각한 터라 아직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평이 많다. 향후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기록한 8.9%를 웃돌 것으로 보이며, 영국은 상승률이 18%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사벨 슈나벨 ECB 이사는 잭슨홀에서 “현 인플레이션은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고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강력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경기침체에 빠지더라도 인플레이션 정상화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NY멜론자산운용의 존 플라하이브 FX 투자책임자는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들의 목표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낮추고 다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것을 지켜보는 실수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침체를 불사하더라도 긴축 행보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시장의 불안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