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1분기 ‘어닝쇼크’(예상보다 저조한 실적 발표)를 기록하면서 증권사들이 묵표주가를 일제히 낮췄다. 심지어 현재 주가보다 더 낮은 목표가를 제시하는 ‘역전 현상’도 빚어졌다.
12일 LG생활건강은 전일 대비 14.80%(12만 원) 급락한 69만1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신저가를 경신했다. 하루 사이에 시가총액이 1조8700억 원 증발했다. 올해 들어 주가 하락률은 -38%에 달한다.
LG생활건강은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 53% 감소한 1조6450억 원, 175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사 컨센서스 3380억 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증권사들은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이날 15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낮췄다.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한 증권사도 10곳에 달했다.
삼성증권은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낮은 목표주가인 63만 원을 제시했다. 기존 115만 원보다 45% 낮춘 것이다.
삼성증권은 “믿었던 회사의 어닝쇼크”라며 “1분기 판매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DB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은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각각 110만 원, 10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내렸고, KB증권과 유안타증권도 100만 원에서 각각 75만 원, 80만 원으로 하향조정했다. LG생활건강 실적발표일이었던 11일 종가 81만1000원보다 낮은 목표가다.
케이프투자증권(140만→88만 원), 신한금융투자(115만→90만 원), 현대차증권·하나금융투자(125만→90만 원), 교보증권(135만→90만 원), 대신증권(130만→94만 원) 등도 목표가를 100만 원 아래로 낮췄다.
이베스트투자증권(100만 원), 한국투자증권(105만 원), 키움증권(108만 원), IBK투자증권(110만 원) 등 4곳만 목표주가를 100만 원 이상으로 잡았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봉쇄 영향과 면세점 실적 악화로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LG생활건강 브랜드 ‘후’의 매출이 반토막(-54%)나며 악영향을 미쳤다. 이는 2020년 2분기 코로나19로 유럽이 봉쇄됐을 때 로레알 등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의 매출 감소 폭보다도 더 큰 규모다.
이동 통제, 도시 봉쇄, 물류 대란 등 비우호적 업황과 역기저 영향을 화장품 업계가 공통적으로 겪는 가운데 경쟁사들과의 실적 격차가 주가를 강하게 끌어내렸다.
문제는 2분기 중국 사업 불확실성 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도 면세점과 중국 사업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전월 대비 면세점 매출이 계속 올라오고 있지만, 물류 불확실성은 지속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