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주사로 아이 생명 살리는데”…‘졸겐스마’ 보험급여 또 무산

입력 2022-04-07 17:39 수정 2022-04-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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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투약비 25억원 희귀유전질환 치료제 졸겐스마, 11개월째 급여결정 안돼…환자가족들 애탄다

(사진제공=한국노바티스)
(사진제공=한국노바티스)

치명적인 희귀유전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로 1회 투약 비용만 약 25억 원에 달하는 졸겐스마(성분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결정이 또 연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7일 오후 공개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회의 결과에는 졸겐스마 급여 결정 안건이 빠져 있다. 따라서 이날 4차 약평위 회의에서 졸겐스마 급여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환아 부모들은 치료 효과가 좋은 만큼 지난해 5월 국내 허가 후 빠른 급여가 되기를 애타게 기다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급여 결정이 무산되면서 환아 부모들은 다시 눈물을 흘리게 됐다.

진행성 근위축과 마비를 일으키는 척수성 근위축증은 정상적인 생존운동신경원(SMN1) 유전자 결핍 혹은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식사와 움직임이 어려워지고 호흡에도 문제가 생겨 생명까지 위협하는 질환이다. 제1형의 경우 치료받지 않으면 보조 호흡장치에 의존하거나 사망에 이른다. 1·2형의 경우 2세 이하 소아에서 주로 발병하며, 3형은 아동기와 성인 초에 발현된다. 전 세계에서 신생아 1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고 국내는 신생아 30만명 기준 연간 50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가 2세 이하의 아이들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졸겐스마는 평생 1회 주사로 병의 진행을 멈추는 치료제다. 2019년 미국 허가에 이어 2021년 5월28일 국내에서도 허가를 받았다. 한국노바티스 측은 “졸겐스마는 결핍되거나 결함이 있는 SMN1 유전자의 기능적 대체본을 투약해 지속적으로 SMN 단백질을 발현해 질병 진행을 막는다. 평생 1회 정맥 주사로 SMN1 유전자 대체본을 환자 몸에 넣어준다. 단 1회 주사로 치료는 마무리되지만, 치료 효과는 장기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의 치료 효과 입증 연구결과도 있다. 채종희(서울대병원)·이윤정(경북대병원)·공주현(양산부산대병원) 교수 연구팀은 노바티스의 약제접근성관리 프로그램(MAP)를 통해 만 2세 이하 6명의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에 졸겐스마 투약 후 치료 효과 연구 결과를 올해 1월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투약 결과 추적관찰기간(투약 후 5~17개월) 동안 6명 환자 모두 운동능력이 개선됐다. 또 한 환자의 경우 졸겐스마 치료 전 하루 16시간 인공호흡기를 사용했으나, 투약 6개월 이후 수면 중 8시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찰 기간 중 사망 환자는 없었고, 영구적인 호흡보조가 필요한 경우도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는 가격이다. 미국 약 25억 원, 일본 약 19억 원, 영국 약 24억 원 상당이다. 국내에서도 20억 원에서 25억 원 사이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민간보험이 적용되고 있고, 일본과 영국, 유럽 다수 국가에서는 정부가 약값을 부담한다.

한국노바티스는 국내 허가 후 ’허가급여평가연계제도’로 지난해 5월 급여를 신청했다. 희귀질환의 경우 약제급여기준소위원회에서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를 거치면 급여가 가능하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심평원은 약제 평가신청을 받으면 150일 이내에 심의와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평가가 종료 후 15일 이내에 신청 제약사에 내용을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졸겐스마의 급여 적용 검토는 150일을 넘겨 약 11개월 동안 소식이 없다. 특히 이날 심평원 약평위 회의에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않아 어린 환자들의 치료 시간은 다시 멈췄다.

보험급여 결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부모들은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까 애가 타고 있다. 지난해 9월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빠른 급여결정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고, 작년 10월 국정감사에 참석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당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감에서 졸겐스마 급여 신속 검토를 약속하기도 했다.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아이의 엄마 A씨는 “아이가 척수성 근위축증의 합병증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안타깝다. 아이가 뛰어다니는 것까지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면서 더 늦기전에 졸겐스마 투약이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문종민 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이사장은 “졸겐스마는 단 1회 투약으로 치명적인 SMA를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인 치료제다. 이미 미국, 영국, 일본, 유럽 등에서 급여를 통해 투약이 가능하다. 반면 의료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는 급여 신청한지 12개월이 지났지만 답보상태라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며 “SMA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세포가 사멸되기에 빠른 치료가 시급한 질환인데다, 최근에 첨단바이오의약품법 1호 치료제 킴리아가 급여가 된 만큼 첨바법 2호인 졸겐스마도 하루 빨리 급여권에 진입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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