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법정 최고금리의 추가 인하를 위한 정치권의 주장이 거세지면서 저신용자가 합법적 대출 시장에서 밀려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된 이후 주요 저축은행의 저신용자 신용대출 취급 비중이 감소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인 ‘직장인 대출’ 취급액 중 신용점수 600점 미만(NICE 기준) 저신용자 비중은 작년 12월 기준 0.31%였다. 1년 새 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의 ‘마이너스OK론’의 작년 12월 기준 저신용자 취급 비중은 0.99%로, 1년 전(3.1%)보다 2%포인트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 인하 됐고, 새해부터 강도 높은 대출 총량 규제 여파로 저신용자들의 대출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금융권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기준이 60%에서 50%로 낮아진다. DSR 규제 비율이 낮아질수록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는 의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밀려난 고신용·중신용자들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되면서 기존 저신용자들의 몫을 차지하는 추세”라며 “대출 총량규제를 지켜야 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영향은 대부업계에서조차 저신용자들은 돈을 빌리기 더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부업체는 법정 최고금리 상한선에서 대출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최고금리 인하가 수익성 저하로 직결돼 저신용자 대출 자체를 줄여버리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법정 최고금리의 추가 인하 움직임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관련한 법안이 10여 건 제출돼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이뤄진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연 최대 10%대로 최고금리를 낮추겠다는 의안까지 나왔다.
이 경우 대부업에서마저 돈을 빌리지 못한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거나 대출 사기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불법 대부업에 의한 피해 신고 건수는 크게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 대비 2020년 상반기 피해 신고 건수는 3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저금리 대환대출, 통합 대환대출 등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건수도 32.8% 늘어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업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은 극저신용자로 법정 최고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라는 꼴”이라면서도 “하지만 민간 대부업에 수익성 악화에도 저신용자 대출을 지속하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정책적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막을 수 없다면 대부업에서도 밀려난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저신용자가 합법적 대출 시장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정책금융을 활용하되, 민간서민금융의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로 인해 시장기능이 취약해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며 “정책금융의 활용과 시장기능의 활성화 사이에 균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